<우리학교 명물을 찾아서>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정문을 들어서 우측 끝자락에 자리한 말끔한 2층 회색 건물. 앞 벽면에는 겨울에도 푸른 대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기다란 가로등이 모퉁이마다 지켜섰다. 주변에 나무가 드문드문 식재된 허전한 풍경은 장식없는 건물과 어울린다. 단촐한 외관이지만 그 안에는 수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유물 4만여점이 숨을 죽이고있다. 구색 맞추기식 대학박물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곳, 단국대학교의 자부심이라는 석주선기념박물관을 둘러봤다. 똑같은 건물 두 동이 거울을 들여다 보듯 마주본 채 2층끼리 다리로 연결됐다. 박물관은 크게 둘로 나뉘어 왼편 건물은 고고·미술관, 오른편은 민속·복식관이다. 전시실은 각 건물당 2개씩 총 4관이며 수장고가 3개, 2층에는 복원실, 자료실 등이 갖춰져있다.
■ 수천년 시간여행의 장 ‘고고·미술관’
로비에는 단양신라적성비와 중원고구려비의 실물크기 복제품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양옆으로 비석 발견 직후의 최초 탁본이 각각 걸려있다. 비석은 지난 1970년대 후반 단국대 박물관 조사관이 직접 발견해 모두 국보로 지정됐다.
박물관은 고고·미술 분야에서 67년 개관 이후 매해 발굴활동을 실시해 석기와 토기 등 유물 수만점을 수집하고, 이들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제 1전시실에선 중요 유물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전시돼있다. 각종 토기와 도자기를 감상하며 한걸음씩 떼 놓을 때마다 선사시대를 지나 백제로,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까지 눈깜짝할 사이에 수천년을 여행한다.
중원고구려비 복제품 등 박물관서 발굴한 수만점 유물 전시
민속복식관엔 도포·혼례복 등 다양한 의복 화려한 자태 뽐내
이중 단연 돋보이는 유물은 지난 2000년 보물로 지정된 안중근의사 유묵이다. 애국자의 넋이 담긴 유묵에는 혈서로 인해 손마디 하나가 모자란 안중근 의사의 장인(掌印:손바닥으로 찍은 도장)이 선명히 박혀있어 누구라도 가슴 한켠이 뻐근해질 법 하다.
제 2전시실은 도량형, 문방구 등 일상생활 용품을 전시한다. 투박하지만 멋스러운 홉과 되, 한참을 들여다 봐야만 용도를 알법한 나무 연장들은 옛주인의 손때가 잔뜩 베어있어 웃음이 나면서도 사뭇 숙연해진다. 이름조차 생소한 훑이기·그므개로 만들어낸 섬세하고 세련된 가구를 볼라치면 옛 장인들의 솜씨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 다채로운 복식이 한가득 ‘민속·복식관’
알록달록한 색동 두루마기와 한땀한땀 공들인 수 저고리에 눈이 즐겁고, 펄럭거리는 풍차바지, 일곱가지가 넘는 상투에 입이 벌어진다. 꼬까신처럼 앙증맞은 목화(사모관대를 할 때 신던 신)를 신고서는 짐짓 거드름을 피웠을 벼슬아치를 생각하면 웃음도 터져나온다.
민속·복식관에선 형형색색의 갖가지 복식에 즐거움과 놀라움이 교차한다.
제 3전시실 전시품은 조선말기부터 개화기까지 짧은 기간동안의 복식이라지만 예상외로 다양하고 또 다채롭다. 배냇저고리와 도포 등 익히 알고 있던 것부터 개성지방 혼례복, 사대부 남·녀복식 등 좀처럼 접하기 힘든 복식까지 총 300여점을 상시전시한다.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원통나무에 옻칠을 한 전시용 옷걸이는 민속자료로서 한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석주선 선생의 소장품으로 꾸려진 만큼 전시실 한켠에는 생전 지내던 방의 가구류를 그대로 옮겨놓아 선생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제 4전시실은 무덤 등에서 발굴된 출토복식 중심으로 전시, 기획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소장 복식 중 값을 매길 수 없는 중요민속자료로 총 11건, 100여점이 지정되는 등 국내 최고 복식박물관이라 자부한다.
이명은 학예연구사는 “허울뿐인 박물관과는 달리 발굴부터 복원, 복제, 전시까지 유물에 대한 모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대학 박물관은 별볼일 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많이들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 난사 석주선 박사(1911.9.17~1996.3.3)
학국복식사의 기틀을 세운 복식연구가로 전통의상 수집과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1981년 단국대학교에 개인소장품과 도서 및 3천365점의 복식자료를 기증했으며,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 설립 후 관장을 맡아왔다. 나비학자로 널리 알려진 석주명 선생의 여동생이다.
바늘구멍 취업문 함께 열어요
단국대 ‘티핑 포인트’ 면접·토론 등 축적된 노하우 공유
취미활동을 함께 하는 것만이 동아리가 아니다. 모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 또한 동아리다. 단국대학교 취업동아리 ‘Tipping Point(티핑 포인트)’가 바로 그렇다. 취업이 바늘구멍에 낙타 들어가기 보다도 어렵다는 지금, 이를 이겨내고자 열정적인 학생들이 똘똘 뭉쳤다.
지난 2006년도에 결성돼 올해로 벌써 6년째를 맞는 티핑 포인트는 현재 40여명이 활동, 지금까지 260여명이 거쳐간 비교적 소규모 그룹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매해 심사를 거쳐 30명 정도만 뽑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3대1을 웃돌 정도로 치열하지만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혼자서는 엄두도 못냈을 철저한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
티핑 포인트는 매주 목요일마다 방과 후인 오후 6시에 모여 3시간씩의 활동을 갖는다. 각종 면접, 토론·토의는 물론, 개별 발표와 특강까지 준비한다.
또 실제 회사처럼 기획팀, 재무팀, 인사팀, 홍보팀으로 10명씩 나누어 활동, 각 팀별로 맡은 분야가 따로 있다. 기업형태로 운영하며 미리 그 시스템을 체득하는 식이다. 공모전, 자기소개서, 면접 노하우 등의 정보공유는 덤이다.
애착도 상당하다. 이미 취업한 회원들이 동아리 사이트에 취업팁을 한가득 게시하고, 졸업후에도 후배들을 찾아와 격려하는 회원까지 있다. 취업이라는 목적을 갖고 모였지만, 매주 모여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면서 ‘인생의 동반자’인냥 여기게 된다는게 티핑 포인트의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활동 중인 이동훈씨(25·경제학과)는 “티핑 포인트의 뜻은 갑자기 일이 잘 풀리고, 순조롭게 돌아가는 시점”이라며 “동아리에서 ‘실시간 자극’을 받으며 함께 하다보면 티핑 포인트를 맞고 취업문을 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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