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위주 맞춤교육 ‘취업門’ 연다

<직업교육을 살리자>화성 발안바이오과학고

파티쉐를 꿈꾼다면 빵을 빚게 하고, 만화가가 꿈이라면 그림을 그리게 하는 학교. 국·영·수보다는 직업교육을 실시해 꿈을 향한 길을 가르치고 또 가르키는 학교가 바로 특성화고등학교다. 본보는 우수학생 유치부터 능력개발, 유수기업 취업에서 창업까지, 진정한 직업교육에 발벗고 나선 특성화고교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동욱이(푸드스타일링학과 2학년)는 학교에 오면 제빵전공실로 바로 간다. 곧 있을 block 수업, 일명 ‘통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1교시부터 4교시까지가 통째로 제빵수업이라 반죽부터 완성까지 한꺼번에 마친다. 오후엔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일반 교과목과 식품이론에 대해 배운다. 오후 5시, 수업과 교실청소까지 끝났지만 동욱이가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제빵전공실이다.

 

방과 후 교육활동으로 전공인 제빵 수업을 추가로 듣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초청된 전문 제빵사 선생님과 초콜릿도 만들고 식빵도 굽는다. 파티쉐가 되고픈 동욱이는 고등학교 진학 후 꿈에 부쩍 다가간 느낌이다.

 

 

화성시 향남읍 발안바이오과학고등학교는 지난 2009년 교명을 바꾼 후(옛 발안농생명산업고등학교) 새롭게 태어났다.

 

바이오 식품과학과, 기능성 식품과학과, 푸드스타일링과, 레저 생명산업과 등 운영학과 4개 중 3개가 식품분야, 1개는 레저분야다. 1954년 개교 후 수십년간의 농업전문 학교에서 과감히 탈피, 바이오·레저산업에 ‘올인’하고 있다. 제대로된 ‘특성화’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 반쪽짜리 수업은 이제 그만- 실무위주 직업교육

 

발바고의 학교 본건물 뒷편에는 3층 규모의 건물이 있다. ‘발안바이오랩’이라는 이름의, 이른바 ‘실습동’이다. 학년당 학생이 120명 뿐인 단촐한 규모지만 이론에 치우친 반쪽짜리 수업은 사양이라 실습실을 두루 갖췄다. 와인과 커피까지 배우는 푸드데코레이션실, 떡과 한과를 만드는 전통식품가공실, 빵을 만드는 제빵가공실습실 등 10여개의 대형 실습실은 용도도, 기구도 완연히 다르다. 실습 수업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층 건물이던 실습동을 3층으로 확충했다.

 

실습실이 넉넉해지자 수업도 넉넉해졌다. 3~4교시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block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케익을 굽고, 빵을 빚다 수업을 ‘뚝뚝’ 끊을 필요가 없어진 것. 학교측은 이러한 수업덕에 학생들이 이미 전문대생 이상의 실기수준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농업전문 학교 탈피, 바이오·레저 분야 특성화

 

제빵가공 등 실습장 확충… 승마장·가축사 갖춰

 

원어민 교사와 외국어 수업 해외취업 발판 마련

또 조류, 파충류 등 다양한 동물들이 지내는 가축사는 물론 좀처럼 찾기 힘든 실내·외 승마장도 갖췄다. 애완미용, 축산기능사 등 레저생명산업 분야 전문가로 갈 수 있는 길을 보다 탄탄히 다져놓기 위해서다.

 

원어민 선생님의 영어와 일본어 회화 수업은 해외취업의 첫번째 창구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영어 교사 메리씨는 “취업 영어면접이나 요리·레저 분야 전문인으로 해외에서 근무하는 데 필요한 대화를 가르친다. 해외 취업시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주민과 함께 하는 학교- 지역사회 환원

 

방학기간인 1월 실습동에선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제과제빵자격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성시 및 경기도 지역주민 혜택 사업을 따내 예산을 지원받고, 시설은 무료로 제공한다. 이번 방학에는 40명에게 매일 8시간씩 2주간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에는 ‘마필산업확충사업’을 추진해 지연주민은 물론 인근 초·중등생에 늦어도 내년부터는 승마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매 수업마다 만들어진 빵, 떡 등 각종 음식은 인근 요양원과 지체장애 센터에 전달된다.

 

■ 100%취업을 목표로- 향후 진로 모색

 

발바고로 개명한 후 첫 입학자들이 올해 3학년에 들어선다. 취업준비생과 대입준비생인 반반씩 섞여있다. 그러나 발바고는 향후 수년이내 학생전원 100%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취업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던 농업분야에서 식품·레저분야로 전문분야를 바꾼 것도 그 탓이다.

 

신입생들의 입시 성적이 전체 학생 평균을 웃돌 정도로 높아지는가 하면 올해 지원학생 경쟁률은 3대1까지 치솟았다.

 

현재 발바고의 과제는 우수한 인력이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시험할 수 있는 취업활로를 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국내 대형 제빵업체, 동물조련사협회와 MOU를 체결해 학생들의 즉각 취업을 돕기로 했으며 리조트, 호텔 등 기업체와 연계해 채용기회를 늘일 계획이다.

 

강재식 교장은 “학교의 중점사안은 특성화고 졸업생의 진로문제로 현재 우수한 인력에 비해 취업기반은 약한게 사실”이라며 “좋은 아이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만큼 원하는 곳으로 취업하고 나아가 창업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