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집값과 연동되어 늘 요동친다. 작년엔 집값도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전세임대료는 7.1%나 올라 집값대비 57% 수준에 육박했다. 60%를 넘으면 집값 상승을 본격 압박한다고 한다. 최근 전세가 상승폭은 2000년대에 들어 두번째로 큰 편에 속한다. 그래서 전세대란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작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최근 정부는 물가안정대책에 묻어 전세대책을 내놓았다. 공공부문에서 공공분양주택과 임대주택 9만7천호를 앞당겨 공급하도록 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쉽게 공급할 수 있도록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전세대출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철폐해 중장기적 주택공급을 확보해주기로 했다. 재건축, 재개발 시기 조정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전세가 상승에 대해 주류 전문가들은 수급불일치를 원인으로 주목하면서 공급확대를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 대책도 그러한 기조를 띄고 있지만, 전세수요 특성에 맞춘 공급이 안 되고, 전세를 매매로 전환하거나 매매를 활성화하는 부분이 결정적으로 빠졌다는 점에서 근본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매매주택의 공급 확대, 그리고 이의 거래 활성화를 근본 해결책으로 주문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값이 오르는 것 같지만, 전세문제는 결코 수급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
수급 문제로만 볼 수 없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전세용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말고는 없다.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할 때 그 대상은 매매용 주택, 즉 자가다. 임대주택도 대개 일정한 시점 뒤엔 분양되기 때문에, 공급 대상은 결국 자가다. 매매주택을 많이 공급하면 거래하는 과정에서 원소유주가 점유하지 않는 자가가 곧 전세로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공급정책은 무주택자이건 유주택자이건 실수요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수요자를 위한 매매주택 혹은 자가의 공급은 세입자를 위한 전세주택의 공급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돈이 부족해 공급받은 집을 전세로 놓거나 집값 상승을 기대하여 전세 끼고 사는 조건의 주택 공급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등록된 임대업자가 아니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양도세 등이 중과되니 전세용 주택을 여러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이렇듯 자가 공급의 정책적 조건들을 제대로 충족하면 매매주택(자가)의 공급은 전세주택의 공급으로 결코 이어지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을 늘리면 전세주택이 는다는 것은 매매주택을 편법으로 공급받고 편법으로 임대 놓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수억원의 전세를 거래하면서 발생한 경제적 수익에 대해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전세는 편법이고 불법이다. 전세 임대료도 시장원리(예, 금리)에 따르지 않는다(시중금리의 3~4배). 전세가가 뛰어도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전세문제는 시장의 실패에 정부의 실패가 합쳐진 결과다.
법·제도의 틀 속에 관리돼야
전체 가구 중 많게는 30%가 이용하는 전세는 이렇듯 정책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해결을 위한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진정한 전세용 임대주택을 정부가 앞장서서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땅값, 소비자가 집값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전세용 주택은 싱가포르식 ‘공공자가’에 가깝다. 둘째, 전세임대료를 시장임대료(시장금리수준) 혹은 복지임대료(일부정부보조)로 바꾸어야 한다. 어떤 경우이든 전세제도는 법과 제도의 틀 속에 관리돼야 한다. 임대차보호법 상의 임대료 상승규정(5% 한도 내)만 제대로 지켜도 전세가 폭등은 막을 수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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