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막을 근본대책 세워야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발병한 구제역이 40여일 만에 경기도와 강원도, 충남남도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가축 살처분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국내 축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구제역은 지난 10일 현재 전국 6개 시·도 60여개 시·군으로 확산됐고, 구제역에 감염됐거나 감염 우려가 있어 매몰 대상인 가축이 3천305개 농장 128만2천345두로 늘었다. 이 중 105만7천939두(82.5%)가 살처분됐다.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와 돼지 10마리 중 한 마리는 땅에 묻힌 셈이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고 가축질병 위기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높여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 지역의 모든 소와 종돈·모돈에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대상 가축은 132만두에 이르고 이 중 약 70%인 약 91만 6천346두가 접종을 마쳤다.

 

이처럼 국내 전체 사육 규모(1천320만여 마리)의 10%에 육박하는 대규모 살처분과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는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국내 축산업 자체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 원인은 90% 이상이 사람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구제역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축산업은 물론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가축 살처분 보상금과 백신접종비, 방역 장비와 인력동원비 등으로 1조원 이상이 들어갔고, 쇠고기 소비량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대표적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 축제를 비롯해 80여건의 겨울철 행사가 취소돼 관광객 수가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구제역은 소와 돼지,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게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가축방역행정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국내 축산업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역행정과 관련, 현재 사육농가 및 지자체 중심으로 돼 있는 방역체계를 중앙정부 차원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번 파동에서 보듯이 최초발병 40여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는 구제역 특성상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농가와 지자체 방역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국내 실정에 맞는 실질적인 축산업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내 축산업은 수입사료에 의존해 밀집된 공간에서 대량생산하는 체제인데 이 같은 가축사육방식으로는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을 막을 수 없다는게 축산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지금 당장 사육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정부가 도입키로 한 ‘축산업 허가제’는 조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허가제를 통해 축사면적대비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고, 축사 담 설치 의무화 등 허가조건을 강화하면 일차적인 예방조치는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축산업 관련규정 개정과 축산농장 근로자 등록 의무제 등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하게 추진해야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에 우리는 너무 많은 소를 잃었고 앞으로 얼마만큼의 소를 또 잃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를 잃은 원인도 알았고 앞으로 잃지 않을 방법도 알고 있다. 단순히 외양간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외양간을 새로 짓는 근본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축산농가와 전문가, 정부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한다.  현명철 화성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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