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고양시… 서울시 압박

고양시 ‘기피시설’ 행정대집행 예고

지난 수십년간 서울시가 고양시 지역에서 운영 중인 기피시설들로 인근 지역 부동산 가치 하락, 교통체증, 도시미관 저해, 상대적 개발 낙후 등 주변지역 주민들의 소외감과 불만이 팽배해 있다. 주민들은 수십년간 대책위를 꾸리고 피해보상과 대책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고양시가 서울시와 주민들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즐비한 기피시설 누적된 피해

 

서울시 기피시설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피해 유형은 다양하다.

 

난지물재생센터과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이 밀집한 덕양구 현천동은 인근 주민들이 악취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이곳은 고양시 관문으로 하루 29만대의 차량이 자유로를 지나고 있어 지역 전체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난지물재생센터 옆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은 2006년 마포구로 이전하기로 했지만 적환장만 이전하고 재활용선별장은 여전히 불법으로 운영 중이다.

 

장사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고통도 커 덕양구 대자동 서울시립승화원(화장장)의 입구가 삼거리에 위치해 화장장을 드나드는 대형버스와 문상객 차량으로 인해 주변 교통이 온종일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통일로 IC)와 국도 1호선(통일로), 국도 39선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화장장에 하루 1천700여대의 차량이 출입하면서 통일로 전체 교통량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한 피해 중 주민들이 가장 민감한 것은 부동산의 저평가다.

 

지난 20년간 고양지역 부동산 자산가치가 급등했지만 기피시설 주변 지가는 상대적으로 낮아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승화원 맞은 편 용복원 마을은 최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지만 건물 신축을 기피할 정도다.

 

국토부 발표 지역 표준지 공시지가 평균자료에 따르면 개발수요가 몰린 덕양구 화정동은 지난 1990년 평당 22만5천원에서 2009년 255만6천원으로 10배 이상 올랐지만 같은 기간 기피시설 인근 현천동은 72만원, 대자동은 54만8천원일 정도로 상승폭이 적다.

 

■ 칼 빼든 고양시

 

기피시설이 밀집된 덕양구 지역 국회의원 출신인 최성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서울시 기피시설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문제해결 촉구 공문과 서한문을 발송한데 이어 서울시장과의 공개 TV 토론을 제안한 뒤 불법시설물 27건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28일에는 연구용역 보고회와 시민토론회를 열고 화장장으로 인한 고양시 피해액이 1조3천억원, 난지물재생센터로 인한 5년간 주변 피해액이 1천3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새해 들어서도 11일 불법건축물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경고문을 전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다음달 60건의 불법시설물에 대해 1차 행정대집행할 예정이어서 서울시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양시민들의 지지도 높아 범시민 대책위원회 구성, 시도의회 성명서와 항의서한 전달, 2차 행정대집행, 범시민 궐기대회 및 100만인 서명운동 등이 예정돼 있다.

 

시는 불법시설물 원상복구(86건), 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실질적 보상, 기피시설 지하화 및 현대화, 화장장 공공기관 유치, 기피시설 주면 교통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 묵묵부답 서울시

 

고양시의 강력한 압박에도 현재까지 서울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고양시가 시설 철거 및 폐쇄까지 경고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시설을 없앨 경우 도민들에게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완전 폐쇄도 어렵고 방치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도는 서울시를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 수도권광역협의회 주요안건으로 기피시설 문제를 상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고양시는 범시민대책위를 통한 여론화와 공론화, 시설철거 압박 등을 계속하고 서울시의회와 고양시의회가 공동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지난 6일 도청에서 열린 관계기관 회의에서 “수십년전 설치된 기피시설을 소송 등 법률분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행정대집행 등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가고 손해배상 소송으로 갈 경우 서울시 및 각 구청의 법적인 맞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지차제간 사상 최대의 법률 분쟁 사태까지 예고되고 있다.

 

고양=유제원·박대준기자 djpar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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