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공직자의 자세 ‘독(讀)·톡(talk)·똑’

좋았던 순간은 늘 짧게만 느껴진다. 4주간에 걸친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의 2010년 5기 신규공직자 입문과정이 어느덧 막을 내렸다. 교육 시작 첫 주에는 막막함과 서먹함으로 인해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랐는데 마지막 주가 다가오자 시간이 더디 가기만을 바라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도 놀랐다. 4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에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다. 마음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인생이 변한다는 말처럼 신규공직자 교육은 나 자신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도서가 베스트셀러인 현재, 나 역시 공직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 믿음은 변했다. 우리는 독종(毒種)보다는 독종(讀種)이 돼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독(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더 나아가 사람과 세상을 읽고 이해함을 의미한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를 두고 교육 기간 내내 철저하게 고민했다. 나는 과연 마음이나 성격을 모질게 먹는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의 마음이나 성격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인가?

 

말하지 않으면 사랑도 오지 않는다는데 나는 교육 초반에 ‘침묵은 금, 웅변은 은’이라는 클리셰(cliche)를 충실하게 따르는 우를 범했다. 이로 인해 7분임의 출항이 순탄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분임장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나선 만큼 좌초는 안 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까지 느꼈기에 마음을 바로 잡았다. 그 이후로 툭 터놓고 ‘톡’(talk)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말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진실이 담긴 눌변이 거짓된 달변보다 낫다’는 말에 고무돼 ‘톡’을 하다 보니 예전과 같이 과묵했더라면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순간순간을 붙잡을 수 있었다. 분임원 개개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독특한 성격까지도 모두. 이는 분임원 간 단합의 단초가 돼 참여와 조율 그리고 소통이 중요한 액션러닝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신규공직자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업무가 숙달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을 무렵 선배가 시간이 약이라고, 곧 익숙해질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다. 그 당시에 내 마음은 물음표(?)에 가까웠으나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느낌표(!)에 바투 다가섰다. 4주간의 교육이 업무 처리능력을 수직 상승시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에 임하는 자세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공직자 마인드, 공무원의 역할과 모습, 공직자 윤리 등의 교과 과정을 이수하면서 적극적인 태도와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슴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서투를지라도 똑 소리 나는 공직자가 되는 마중물이 바로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의 교육이었고 생활이었다.

 

영국의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노력에 대한 가장 값진 보석은 노력 끝에 얻게 되는 무엇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수료식을 마치면서 느낀 것은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사람인가 아닌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 2010년 경기도 인재개발원 5기 신규공직자 과정을 마친 101명의 동기들은 가장 값진 보석을 이미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독(讀)·톡(talk)·똑하길 바란다.  양윤수 고양시 고양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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