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부터 입시전쟁… ‘즐거운 방학’ 이제 옛말
“방학이라 놀고 싶은데 영어, 수학 공부를 하느라 너무나 지겨워요.”
방학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책과 씨름하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A양은(안양) 오전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영어와 중국어, 수학 등을 공부하느라 밤이 되면 녹초가 된다.
A양은 아침에 일어나 잠깐의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이 1시간 가량의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그나마 피아노 레슨은 A양이 좋아하는 것이기에 하루 중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이다.
매주 월·수·금요일은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수학 과외를, 화·목요일은 오후 3시반부터 5시까지 중국어를 공부한다. 또 5시부터 7시까지는 매일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주1회 NIE라는 영어신문수업 1시간과 저녁 7시부터 8시반까지 미술그룹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에도 영어와 중국어 숙제를 하다보면 잠이 드는 시간은 밤 10시가 넘기 일쑤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힘들어 하지만 주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시키는 편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아이가 정말로 힘들어하고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B양은(수원) 방학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학원을 한 곳 더 다니게 됐다.
학기중에는 수학, 영어, 과학, 피아노, 컴퓨터, 한자, 미술 학원 등 7곳의 학원을 다녔지만 방학이 시작되면서 ‘방송댄스’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또 등록했다.
B양은 방학이 됐지만 학기중과 별반 다름 없이 오후 6시 또는 7시가 돼야 집에 들어오게 된다.
집에 와서도 책 대여업체에서 가져오는 책을 또 읽어야 한다. B양이 일주일에 소화해야 하는 책의 분량은 총 4권. 방학이지만 방학이 아닌 셈이다.
수원 영통의 C학원은 중2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자율학습을, 6시부터 11시까지는 강의를 하는 등 입시 전쟁을 위한 전사를 양성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사회 풍토로 인해 아이들은 숨쉴 틈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유진상·성보경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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