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새로운 도전

지난해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 최근에 후속작 격인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계에는 생소한 첩보액션 장르로 숨 가쁜 전개와 호쾌한 액션으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필자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숨 막히는 첩보전에 버금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드라마 아이리스와 동명의 미국 복지정책인 아이리스(IRIS)를 접한 때문이다.

 

IRIS는 Include(통합), Respect(존중), I Self-Direct(스스로 관리)의 약어로 서비스에 대한 장애 당사자의 자기결정 권한을 대폭 확대한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는 서비스 선호와 필요 여부는 장애인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당사자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자기 결정 철학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경기도는 보건복지 전달 체계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시·군과 함께 무한돌봄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IRIS 가입 장애인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배정받은 지원액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데, 이는 위기가정이 조속히 경제적 위기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 지원, 후 심사’의 원칙을 도입하고 있는 경기도 무한돌봄사업에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 무한돌봄센터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복지시스템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메디슨 카운티 웨스트고등학교의 직업전환 프로그램도 인상에 남는다. 18~21세까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으며 지역사회 진출을 모색하는 직업전환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에서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연결해 주기 위해 식당, 화장품 매장, 요양 병원, 자원봉사 단체 등으로 혼신을 다해 뛰어 다니는 프레드스완슨 교사의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레제다 지역에 소재한 ‘밀러 전환기 지원센터’도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이곳은 특수학교를 지금의 센터로 바꿔 기술교육과 실용적인 아카데미 교육을 병행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본연산이나 시간과 돈 관리, 영어 단어, 취업신청서 작성, 인간관계 형성, 운동, 취미 등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을 가르친다고 한다. 특히 직종별 평가 도구가 들어 있는 260개 상자가 눈에 띈다. 상자마다 해당 직종에 필요한 능력과 수행해야 할 과제가 기록돼 있었다. 도 소재 특수학교 중 한 곳을 밀러센터와 같은 직업전환기관으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미국의 발달장애인 복지기관들을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오늘이 있기까지 장애인 부모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발달장애인복지법’인 랜터만법도 장애인 부모들이 주 의회 프랭크 랜터만 하원 의원을 설득하여 얻어낸 성과라고 한다.

 

올해는 한국의 장애인 복지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70년대를 기준으로 마흔 돌을 맞이한 해다. 상이군경에 대한 보훈사업과 보호시설 운영이 주류였던 초창기에 비해 미흡하나마 장애연금 제도가 시행되고 중증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늘을 비교해 볼 때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재활기관, 전문인력 및 지원 예산 등이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고 장애 당사자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서비스도 아직은 미흡한 형편이다. 이러한 처지를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미국보다는 우리의 장애인복지 수준이 높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필자의 무지와 자만이 이번 10박 11일의 연수기간을 통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값진 연수가 선물한 통쾌한 자극이 더 무뎌지기 전에 경기도의 장애인 복지 증진에 어떤 모양으로 담아내야 옳을지 상념에 젖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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