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高3 교실 ‘놀자판’ 파행수업 여전

'6교시 수업 의무화’ 말 뿐 TV 보거나 잡담하다 귀가

교사들 “통제 안 돼”손 놔… 일부 학교 “단축수업 고려”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경기지역 상당수 고3 교실의 ‘시간때우기식’ 파행수업이 올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하지만 기껏해야 영화를 보거나 잡담만 하다가 귀가 하고, 교사들도 아이들 지도가 어렵다며 수업 시간에도 교실을 비우는 등 신경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숙지고등학교. 얼마전까지 조용한 면학분위기가 조성됐을 법한 교실에서는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교실안을 들여다보니 아이들은 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교실에 비치된 TV에서 게임채널을 시청하고 있었고, 몇몇은 엎드려 자고 있었다.

 

또 몇몇은 책상을 붙여 놓고 탁구채를 이용해 미니 탁구를 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3학년은 총 13반이었으며, 이 중 4개반을 제외한 나머지 교실에는 선생님도 없었다.

 

학생 A군은 “학교에 와봤자 자습만 두세시간 하고 간다. 시키니까 하지만 별 의미를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용인의 죽전고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대부분의 교실에서 학생들은 영화를 시청하고 있었고, 수업시작을 알리는 벨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복도를 활개치고 다녔다. 심지어 교문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 학교에는 고3 16개 반 중 한 학급에만 교사가 교실에 있었다.

 

이 학교 교감은 “수능이 끝난 고3 학생을 상대로 정상적인 수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이들을 잡아두기는 하지만 지각이나 결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용인 풍덕고의 경우에는 고3 교실에 아예 학생들이 없었다.

 

수능시험이 끝나자 마자 학교측은 고3 교실 리모델링을 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현재 교실도 없이 도서관이나 시청각실에서 오전에만 단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교측은 “오전 단축수업은 규정상 안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수원의 한 고교 교감은 “수능이 끝난 후 수업도 하지 않는 학교를 의미없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단순히 출석일수를 채우기 위해서 일뿐 학생이나 교사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순권 도교육청 중등장학담당 장학관은 “진로와 관련된 전문가 특강이나 예비대학생으로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학교측에서 실시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학교여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을을 1학기로 시작하는 학기제 변경이나 기말고사 일정을 방학 전으로 늦추는 방법, 수능이 끝난 후 축제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상·성보경·홍병의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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