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야 낫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찜질방을 떠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고향을 떠나 어느덧 1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연평도 주민들의 찜질방 피란생활도 19일로 끝을 맺었다.
인천시와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아파트 입주를 희망하는 주민 1천46명 전원이 이날부터 김포 양곡지구 LH아파트로 입주를 시작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찜질방을 떠나 김포 양곡지구 LH아파트에 도착한 후 앞으로 2개월 동안 이곳에서 지낸다.
이날부터 김포 양곡지구 LH아파트로 떠나는 주민들은 찜질방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후련함과 제2의 임시거처 생활을 걱정하는 마음이 교차하는 듯했다.
박두찬씨(59)는 “찜질방에 도착하자마자 걸린 감기가 아직도 낫지 않고 있고 밤에 잘 때 마음대로 옷을 벗지 못해 불편했다”며 “아파트에 입주하면 여기보다 낫겠다 싶어 떠나는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연평피란민 1천46명, 19일 만에 김포 양곡지구 아파트로 이주
찜질방 떠나 ‘홀가분’… 연평도 복구·보상 등 문제 남아 ‘착잡’
이명재씨(37)는 “임시거처 이주문제로만 27일을 끌다니 답답한 마음”이라며 “시와 정부가 연평도 복구와 피해 보상 등에 손을 놓고 있을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들의 찜질방 생활은 숱한 기록을 남겼다. 포격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8일 밤까지 집계된 찜질방 숙박 인원은 하루평균 260명. 적게는 157명에서 많게는 521명이 숙박했다.
찜질방에서 식사를 해결한 주민은 임시거주용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19일 아침식사까지 2만7천명이 넘었다. 1명 당 50㎝ 간격으로 줄을 세우면 13㎞가 넘는 어마어마한 인원이다.
제공된 식사량도 엄청났다. 식사에 들어간 쌀만 4t에 육박했고 매일 반찬으로 나온 배추김치는 2.4t 이상 소비됐다. 하루 평균식비는 500만원, 숙박비는 200만원 등을 넘었다.
시 관계자는 “제2의 임시거처는 정해졌지만 앞으로 연평도 현지 복구와 안보관광지 조성, 생업피해 보상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열·이민우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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