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갔더니 허드렛일만…

전문계고 학생들 “업체서 배울 게 없어”

수원 A전문계고등학교에 재학중인 B군(19)은 지난달 초 수원 권선구의 한 금형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은 뒤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실습을 통해 기술을 배우고 현장의 분위기도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물건 나르기 등의 단순 업무만을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무런 동의 없이 평균 2~3시간씩 강요되는 추가근무는 B군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B군은 전문계고 졸업 후 기업체에 취업하려던 당초 계획을 변경, 대학에 진학하는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B군은 “단순 노동만을 강요하는 것이 무슨 현장실습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도내 전문계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기업체 현장실습 상당수가 단순노동 위주로 운영, ‘현장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추가근무 등을 강요하는 기업체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실습이 ‘노동력 착취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124개 전문계고등학교가 지역 기업체와 연계,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학기 당 2시간에서 68시간까지 현장실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학교에서는 실습생들이 실습 목적에 어긋난 작업에 내몰리거나 추가근무를 강요받을 경우 즉각 고용노동부나 학교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장실습 사업체에 대한 단속과 지도점검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현장실습을 못 받는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신고가 없을 경우 단속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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