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 동 경 장애인 전용 생산시설 ‘무궁화전자’ 대표
작업용 점퍼를 입고 나타난 김동경 무궁화전자 대표이사(57)는 작은 체구에 부드러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장애인 전용 생산시설인 무궁화전자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그의 눈빛과 인터뷰 내내 사원들을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말투에서 장애인들을 대하는 따뜻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외부에서 지자체든 기업이든 장애인 전용 공장을 설립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언제든 도와주기 위해 10~20년 가까이 축적된 노하우를 전달해 줄 수 있다”고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전용 공장 및 시설의 확충의지를 보였다.
-무궁화전자는 국내 최고 장애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4년 삼성전자가 장애인 복지 증진 차원에서 장애인 전용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234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회사다.
‘무궁화’라는 이름의 유래는 설립 당시 참여했던 분들이 장애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의미와 우리나라 국화로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더해져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전체 180명 직원 중 장애인이 130명으로 장애인 전용 공장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이고, 해외에서도 단일회사로서 이 정도 규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 자부심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사업 초기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애인 전용 공장은 더욱 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장애인이 회사에서 만들면 품질에 문제가 있진 않을지, 납기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편견들을 이겨내는게 쉽지 않아 설립 이후 10년간은 적자를 기록, 삼성전자로부터 매년 10억원 지원을 받았다.
회사 설립 목적인 자립과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난 2002년 운영자금 대신 설비지원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아 자동화라인 만들고 가동률을 높여 매출 신장신장에 나선 결과 매년 3~5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임직원 180명 중 130명이 장애인… 매년 3억~5억 흑자 ‘자부심’
기숙사·동호회 지원 등 복지혜택 풍부… ‘꿈의 직장’으로 성장
사회적 기업 관심있는 지자체·기업에 경영 노하우 지원할 것
-일반인과 장애인의 작업 능력에 차이가 많다는 인식들이 많다. 실제 장애인들이 작업 능력이 떨어지나.
“생산성은 실제로 비장애인에 비해 80% 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품질에는 전혀 관계가 없다.
무궁화전자에서도 삼성의 PDP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컨트롤 보드를 만들어 납품하고 있는데,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능하지 않을 일이다.
따라서 수주량은 타 회사의 70~80% 수준으로 줄이되 납기를 맞추면서 품질은 확실히 보증이 돼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비장애인들은 자재나 물류 등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담당하고, 섬세한 작업들은 장애인들이 더 잘해주고 있다.”
-복지혜택이 많아 장애인들이 일하고 싶은 최고의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은 타 직장 장애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있는데, 현재 70여명의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장애인은 희망하면 누구나 기숙사를 쓸 수 있다. 단, 기혼자 혹은 수원에 집이 있거나 오랜 기간 근무를 통해 자립 여건을 다진 경우 밖에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또 기숙사 내에 노래방, 동호회, 체력단련실 등 가능하면 기숙사 내에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설들을 지원하고 있다.”
-무궁화전자는 사실상 최초의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사회적 기업 육성 정책이 잘 되고 있다고 보는가.
“현재의 분위기는 사회적기업의 양적인 성장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열기가 사그러들면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사회적기업을 몇개 만들었다’는 식의 실적 위주의 현재 분위기는 나중에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관련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무궁화전자의 설립부터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며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기업이나 연로한 노인을 위한 기업,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등 더욱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방법들이 고안되어야 한다.
최근 청주, 대전, 화성시 등에서 장애인 사회적기업 혹은 근로시설 만들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했는데, 작은 노하우라도 언제든 지원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키우겠다는데 그 성과와 방법에 대해서는 믿음이 안 간다.
“대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의 초기 투자에 앞장서야 한다. 현대는 울산에, LG는 창원·구미 등 지역에 기반을 둔 대기업들이 초기에 투자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50명 수준에서 지원하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자사제품의 수주를 지원해 줄 수는 있지만 실제 일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원가, 품질, 납기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환경은 비슷하다.
따라서 사회적기업들은 초기투자에 대한 부분보다 운영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무궁화전자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도 많을 것 같은데.
“우선은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매출 신장이 따라와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해외진출 등은 힘들지만 국내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기술개발과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면 복지에 재투자 할 것이다.
또 1기생들이 5년 후에는 40대 진입하는데, 비장애인들에 비해 노동능력이 5년 정도 차이나는 장애인들의 작업능력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앞으로 무궁화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식구로 있던 사람들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작업시간 줄이고 일의 내용 분리하는 등 끝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존경받는 사장으로서 장애인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간혹 ‘사장님 덕분에 일을 더 많이 하게 돼 고맙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오히려 무궁화전자를 통해 개인적인 생활이 더욱 보람차고 윤택해져서 사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회사가 계속 성장 발전하도록 노력할테니 사원들도 몸은 다소 불편하지만 절대 사기저하되지 말고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일을 통해 보람 찾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한데, 독자적인 힘이 안된다면 지원을 받아서라도 장애인 전용시설 등 만들겠다.”이선호·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장애인 위한 휴양시설 만들고 파”
“이제는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더욱 편하게 느껴집니다.”
장애인 전용 생산시설인 무궁화전자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동경 대표이사(57)는 장애인들과의 생활이 벌써 9년차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과장, 차장, 부장을 거치며 근무하다 무궁화전자로 발령을 받은 것은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지난 2002년.
직전 5년 보직이 삼성전자 사우회장이어서 사원복지와 문화, 체육, 스포츠 등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장애인 시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 100여개 삼성전자 동호회를 지원하면서 무궁화전자에 생활용품 및 복지용품들을 지원하고 있던 터였다.
김 대표는 “당시 가동률이 60% 수준이었는데, 할일이 없다보니 아이들의 사기가 저하돼 있어 고뇌가 많았다”며 “제품 수주, 설비지원 등 6개월간 자동화세팅에 힘쓰면서 시간 가는줄 모르게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대표의 이런 노력으로 일감이 늘어나고 매출이 올라가자 스스로 보람을 찾은 사원들의 표정이 힘차고 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전체 사원들이 함께 떠나는 하계 휴가를 손꼽았다.
“‘바다가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원이 있어 깜짝 놀란적이 있다”며 “요즘은 장애인들도 차를 이용해서 여행을 많이 다니지만 당시에는 바다를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사원이 많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결단을 내리고 버스 4대를 동원해 1박2일 일정으로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으로 떠났다.
망상해수욕장을 선택한 이유는 단층 방갈로로 되어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으로, 이후 6년째 6월마다 오징어회와 캠프파이어, 소주 한잔을 즐기며 사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무궁화전자 뿐만 아니라 전국 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휴양시설을 만들고 싶다”며 “수영장, 체육활동 등 앞으로 도전할 부분들이 많다”며 앞으로의 발전을 다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다시 웅비하리라
김동경
난 행복했기에
잔잔한 호수처럼 맑고
아름다움만을 생각했기에…
성난 파도도 어두운 그림자도
생각지 않았답니다.
이제 잠깐을 뒤로 돌아서서
더 큰 힘을 키우렵니다.
아픈 시련이 지나고 나면
더 큰 행복이 있듯이
힘든 나래 쉬어서 날면
더 높고 멀리 날 수 있듯이
산이 높아 힘이 들면 쉬었다
다시 오르면 될것이지
잔잔하고 조용한 아침의 바다도
차디찬 겨울의 성난 파도도…
사랑하는이여
나 힘들어 쉬었다 다시 일어나는 날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다시 웅비하리라…
웅비하리라
*김동경 대표이사가 장애인 직원들의 자활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은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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