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 울타리 밑 파보니 금세 기름띠·역한 냄새

현장속으로... ‘오염의 땅’ 파주 캠프 하우즈

“여름에 비가 오면 캠프 하우즈 북쪽 울타리 주변에는 기지서 빗물과 함께 기름이 흘러나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 캠프 하우즈 후문에서 만난 주민 김재성씨(48)는 기지 주변 기름오염은 그동안 공식적인 조사 발표만 없었지 주민들 사이에선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관련기사 3면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직접 울타리 밑을 파보니 금세 기름띠가 생기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 미군기지 내부서 흘러나온 기름 흔적이었다.

 

파주기지 중 오염도 ‘최고’ 정화 때까지 각종 개발 불가 인근 학교 기숙사 신축 ‘불똥’

 

지난 7월 환경부가 2차 오염실태 조사결과를 통보한 하우즈, 자이언트, 에드워드, 스텐톤 등 파주지역 기지 주변지역은 TPH(석유계총탄화수소)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우즈 주변지역 오염이 2천200㎡로 가장 넓고 TPH초과농도가 1만6천57(㎎/㎏)나 된다. 4개기지 주변 중 오염이 가장 심했다. 반환기지주변 오염실태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서 그동안 오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주민들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건축 등 각종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에 우려가 컸다. 현행법상 토양에 오염이 확인되면 치유하기 전까지는 건축 등 어떠한 개발행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주시는 기지로부터 100m 이내 지역에 건축행위 등 인·허가가 접수되면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검사를 실시한 뒤 이상이 없어야 인·허가를 한다.

 

오염판정이 나오면 정화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최근 하우즈 기지 옆에 위치한 봉일천고등학교가 기숙형공립고교로 선정되면서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신축하려고 했지만 부지 일부가 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봉일천고등학교 관계자는 “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해서 내년 하반기에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부지가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 차질이 생겼다”며 “하루빨리 정화돼 기숙사 준공이 계획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미군기지 내부에서의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당연히 국방부에서 책임지고 정화작업을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기지 주변 땅 치유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같은 입장 속에 기지주변 주민들은 관련 기관들의 오염된 땅에 대한 책임 전가에 피해자만 늘어난다면 정화작업이 조속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파주=김동일·고기석기자 kok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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