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만들고 그림 그리며… 푸른 꿈 키워요

<혁신학교를 가다>  ⑪ 시흥 신천고등학교

제과제빵·미술디자인 등 5개 ‘드림반’ 운영

 

대학 진학·사회 진출 진로 선택에 큰 도움

 

시흥 신천고등학교는 올해 문을 연 새내기 학교다. 그래서 1학년생들만 모여 공부한다. 신설학교이고 비평준화 지역이여서 그런지 선호도가 낮고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왜 학교에 오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직원들은 이런 학생들을 그대로 주저앉아 있게 할 수는 없었다.

 

인문계고에선 상상할 수 없지만,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야간 시간에 제과제빵, 컴퓨터 자격증, 스포츠 마사지, 미술 디자인, 배드민턴 등 5개의 드림반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의욕도, 꿈도 없던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를 갖고 드림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2일 오후 6시30분 신천고등학교 교정은 이미 땅거미가 깔렸지만 교실 안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학교 본관 2층 제과제빵반 교실. 위생복을 입고 위생모자를 쓴 강사와 학생 20여명이 도마 위에 있는 양파를 칼로 썰고 다지며 연방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소시지 조리빵을 만드는 학생들은 마치 난타 퍼포먼스를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

 

윤철홍군은 “부모님이 모두 일을 나가셨기 때문에 어릴적부터 혼자 자주 음식을 만들어 먹어 요리하는 것이 낯설지는 않다”며 “공부하는 재주는 별로 없지만 제과 제빵사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컴퓨터 자격증반 교실도 30명의 학생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빠르게 키보드를 치는 학생,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학생, 무엇이 잘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학생, 손을 들고 질문하는 학생 등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 진행됐다.

 

한글프로그램으로 수식, 도형, 표, 계산 등 모든 기능을 할 수 있는 ITQ한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다.

 

전유한군은 “그동안 컴퓨터로 게임만 했었는데 다른 많은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내 꿈인 항공정비사가 되는데 이 자격증이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디자인반 교실도 마찬가지.

 

연필을 든 학생들이 캔버스 위에 펼쳐진 하얀 도화지에 등산화, 사과, 벽돌 등을 그리는 소묘 수업이 한창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 박혜민양은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미술지도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일주일에 3일을 하기 때문에 실력이 많이 늘고,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현주 교사는 “미술 기초부터 다지는 학생들이 점차 실력이 느는 것을 보고 지도교사로서 마음이 뿌듯하다”며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꿈을 이루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스포츠마사지, 배드민턴반 학생들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고 드림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했다.

 

신천고는 역사, 사회, 영어 과목은 학생들이 모둠을 이뤄 토론과 협력하는 배움의 공동체 방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으며, 교원잡무경감, 학생 인권 존중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혁신교육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한욱 연구부장은 “입학식 날 우리학생들은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꺼렸고 어떤 말을 해도 반응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나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으로 바뀌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흥=이동희기자d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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