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체 대량 매입했다 당일 반납… 주민들 “관광객 유치 빌미, 여행사 횡포”
백령도 주민 김모씨(53)는 지난 주말 인천에서 열리는 친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배를 타려고 나왔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백령과 인천을 왕복하는 배표가 이날 매진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 배표가 없어 볼 일을 보지 못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배표를 대량 매집하는 여행사의 횡포”라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여행업체가 ‘배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여행업체가 관광객으로부터 예약받기 위해 배표를 여객선사로부터 사전에 대량 사들이면서 정작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배표는 매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과 백령도를 잇는 항로에는 300~400t급 규모의 소형 여객선 3척이 하루 3회 운항하고 있다. 이들 여객선 3척을 모두 합한 승객 정원은 1천44명.
여객선사들은 관광 성수기인 봄~가을과 연휴, 주말 등은 승객 정원의 절반을 여행업체들의 몫으로 할당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군인을 제외한 인구 5천여명을 감안하면, 주말의 경우 지역 주민의 10%(500여명) 정도만 탈 수 있다.
김씨는 “백령도는 그나마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입·출항할 수 없는 날이 연중 두달”이라며 “전화 예약에선 매진됐다던 표가 다음날 아침에는 여객터미널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여객선사는 승객 유치를 위해선 여행업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여객선사 관계자는 “여행업체가 사전에 배표를 대량 매집했다 무효표가 되기 전 일반에 팔 수 있도록 당일 반납하기도 한다”며 “최소한 1주일 전에 반납하도록 하고 있지만, 관광객 유치가 승객 정원을 채우는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S여행업체 관계자는 “관광 예약을 받기 위해선 배편 확보가 필수”라며 “예약 손님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배를 타려는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지역 주민들이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열기자 tree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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