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G20 정상회의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한껏 고무돼 있다. 혹자는 단군 이래 우리나라 최대의 행사라고까지 말한다. 저마다 각자의 분야에서 손님 맞이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총력 태세에 들어간 정부는 물론,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G20 홍보대사로 열심히 활동하고 거리 곳곳에 정상회의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G20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0조원 이상으로 2002년 월드컵을 뛰어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청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들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국내 일부 단체들이 G20에 맞춰 테러에 버금가는 도심 과격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들의 입장과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G20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해 보려는 개인이나 집단의 과격한 집회 시위일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 원정을 오는 시위 단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G20 특별법을 통해 행사장 주변의 경호 경비대책을 마련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안전이 보장된다는 보증은 없다. 경찰이 꽤나 골머리가 아플 일이다.
더구나 야간 집회 시위를 둘러싼 여야(與野)의 대립과 다툼도 우려스럽다. 작년 9월 헌법재판소는 일몰 이후 일출 이전 야간집회를 제한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올해 6월 말까지 개정토록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야권은 야간집회를 허용해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고 야간 집회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여권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는 과도한 집회 규제가 헌법불합치라는 것이지 규제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며, 야간까지 이어지는 집회와 시위로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적정한 시간 규제는 꼭 필요한 일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쯤에서 ‘한 사람의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가 시작되는 데서 그쳐야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우리나라가 눈부신 민주화와 현대화를 이루고 발전해 온 이면에 남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자신의 이익만을 극단적이고 과격하게 주장하는 잘못된 문화도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심야시간까지 집회를 허용해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있다. G20은 선진국 정상들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소문난 잔치’다. 손님들에게 풍성한 먹을거리, 볼거리, 얘깃거리를 내놓고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 한뜻이 돼 세심하게 살피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금의 불편함은 참을 줄 아는 인내심, 우리끼리 할 얘기들은 잠시 뒤로 미루는 어른스러움이 필요한 때다.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는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법과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선진국가의 국민이 되는 길은 1인당 GNP가 높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각자가 성숙한 질서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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