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땅’ 일구는 농업기술 지원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대한 화두가 부쩍 늘었다. 아프리카는 지구 육지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53개국으로 이뤄졌으며 약 1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약 14억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동안 많은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에서 겪고 있는 가난과 기아 해방을 돕기 위해 원조를 했다. 하지만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잠비아 출신 담비사 모요가 저술한 ‘죽은 원조’라는 책에서 말하듯이 일부 고위층의 생활은 개선되었을지 모르나 아직도 농업 농촌은 어렵고 대다수의 국민이 하루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고생하고 있다.

 

필자는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국제축산연구소에서 2년6개월간 근무를 했었다. 그때 든 생각이 우리나라의 농업 기술자가 3년 정도 그곳의 농업인 및 농업관련 담당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앞선 농업기술을 몸소 전수해 준다면 앞으로 아프리카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농민들은 평균 1ha 전후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은 면적에서 최고의 수량과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노하우를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전수해 준다면 선진국의 죽은 원조와는 차원이 다른 원조가 되지 않을까?

 

에디오피아는 1억1천100만ha의 농지가 있다. 하지만 농업에 사용하는 농지는 20%도 안 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영농법인이나 기업이 에디오피아에 농업기술을 투자한다면 세계 빈국 중의 하나인 이 나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개발도상국에서도 고위층은 선진교육을 받고 나름 세계적인 기술이나 정보 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을 실제 필요한 농민들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없어 농민들은 아직도 예전의 고전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료나 농약 등이 비싸고 구입이 어려운 것도 생산성 저하의 한 원인이다. 또한 도로사정이 안 좋고 유통 경로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일부 중간상의 독점으로 농업인이 실제 농산물을 생산해 이익을 내기란 매우 어렵다.

 

해외에서 농사를 지을 경우 우리가 필요할 때 식량 등을 가져오기만 하는 농업 투자는 이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들 나라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고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면서 농가소득을 높여주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려울 때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오피아나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의 경우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에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최근 이들 나라의 국가경제가 6~10%까지 매년 발전하면서 국내에서도 일부에선 고품질의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젊고 미래 지향적인 농업인들은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아프리카의 거대 농업기업도 꿈꿔볼 수 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심훈 선생의 ‘상록수’에서와 같이 농촌을 계몽하고 우리뿐만 아니라 어려운 나라도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우리의 경험과 지식, 기술을 전수하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기 위하여 농촌진흥청에서는 KOPIA(해외농업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농업에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농업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실험한 데이터를 현지 기후와 환경, 그리고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제프리 삭스교수는 “한국인들은 스스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지구에서 빈곤을 몰아내는 절박한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우리 스스로 지구의 빈곤 퇴치를 위하여 선두자가 되어 보자. 은근과 끈기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성종 농촌진흥청 축산생명환경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