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가다 <5>시흥 장곡중학교
지난 달 29일 낮 12시45분 시흥 장곡중학교 3층 1학년 10반 교실.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책상이 ‘ㄷ’ 자 모양으로 배열돼 있는 것이 우선 눈에 들 어 왔다. 칠판을 앞에 두고 앞줄에 앉은 친구들의 등을 보고 수업을 받도록 책상이 배치된 여느 교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5교시 국어 수업이 시작됐다. ‘이’, ‘그’, ‘저’ 등 지시 어에 대해 알아 보는 시간이다.
토론식 ‘모둠 수업’ 진행 집중력·참여도 높여
교사들, 수업연구회 운영… 교육혁신 이끌어
박현숙 담당교사와 학생들이 지시어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묻고 답했다.
한 학생에겐 문제를 읽게 했고 다른 학생에겐 질문을 했다.
읽는 학생도, 답하는 학생도, 듣고 있는 학생도 아무 거리낌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박 교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책상과 책상 사이, 교실 구석구석을 분주히 오고 갔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고 활기차고 살아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수법인 듯 했다.
수업시간이 중간쯤 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책상배치가 바뀌 었다. 책상이 ‘ㄷ’자에서 모둠형태로 바뀐 것이다.
이어 ‘품사의 분류와 특성’에 대한 공부가 시작됐다. 한 모둠에 속한 네명의 학생들끼리 토의,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아는 학생이 모르는 학생을 가르쳐 주거나 교사에게 질문하는 등 서로 윈-윈하는 방식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적어도 여기서만은 치열한 경쟁자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같은 시각 장곡중 1~3학년 모두 30개반에서는 이와 비슷한 방식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연수 군은 “처음엔 수업방식 조금 낯설었지만 수업을 하면서 점차 적응되고 이해됐다”며“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선생님이 공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모둠수업을 하는 우리학교를 무척 부러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조선대 부속고등학교 김종익 교사(체육)는 이날 수업을 참관한 뒤 “수업받는 아이들 가운데 딴짓하거나 잠자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집중하는 것이 놀라웠고 수업이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대학입시를 앞둔 인문계 고교생들의 경우 3분의1 가량이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자는 점과 견줘볼때 오늘의 수업은 신선했고 교육이 지향해야 할 참된 교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교교육의 핵심은 수업이다.
때문에 장곡중은 혁신학교의 목표를 수업혁신으로 설정했다. 그 혁신 방법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선택했다. 수업 중심을 교사에서 학생으로 바꾼 모델이 배움의 공동체다.
교사들도 그동안 성역으로 여겼던 자신의 수업을 전면 공개하고, 수업연구회를 꾸려 운영하는 등 수업혁신에 벌벗고 나섰다. 학생자치·복지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 혁신학교의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했다.
박현숙 교사는 “다른 친구의 발표에 귀기울이고 모둠학습을 할때면 저희들끼리 돕는 것 등이, 올 새학기부터 실시한 배움의 공동체 수업모델로 바뀐 아이들의 모습”이라며“교내 폭력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학생, 교사들의 표정이 밝아졌으며, 학교 운영도 비교적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곡중은 행정업무경감시스템도 도입했다.
교사가 교수, 학습지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사들이 수업이외에 하던 ‘잔무’를 대신하는 행정전담 주무관을 채용해 운영한 결과, 전체 공문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국 교감은 “교사들이 혁신학교로 지정받은 뒤 닥쳐올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걱정과 염려를 많이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사의 기본은 잘 가르치는 것’이라는 신념이 조금씩 녹아 들면서 수업에 충실한 교사, 열정있는 교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흥=이동희기자 dhlee@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