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실천으로 행복은 두배

정근호 사회부장 ghju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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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말에 곳간서 인심난다(내 형편이 좋으면 남을 챙겨준다), 家給成市(가급성시·넉넉한 살림으로 인정을 베풀어 문전이 성시를 이룬다), 禮儀生富足(예의생부족·살림이 넉넉해지면 예의도 지키게 된다)이란 말이 있다.

 

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 모두 경제적 뒷받침속에서 남을 챙길수 있는 마음과 예의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뒷받침이 된다면 남을 돌볼 여유가 가진 것 없는 사람보다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꼭 경제적 뒷받침이 돼야만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아름다운 모습을 사회곳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우리는 어떤 마음과 모습을 보였을까. 추석전인 지난 18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마련한 나눔문화대축제가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기부, 자원봉사, 기업 사회공헌 등의 활동을 망라한 ‘나눔’을 주제로 열린 행사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과 20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빈부 격차가 심할수록 가진 사람이 나눔의 마음을 가지면 사회가 따뜻해질 것이라며 우리국민이 모두 어떤 형편에 있든지 어떤 입장에 있든지 서로 나눔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형태도 다양해지고 떡볶이집 할머니, 위안부피해 할머니 등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올 1월 세상을 떠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익 할머니(82)는 유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장례비용을 제외한 절반을 소년소녀가장을위해, 나머지 절반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유산중 5천400여만원이 소년소녀가장에 쓰일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됐다.

 

서울서 20여년간 떡볶이를 팔아 온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정연 할머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는 행복하 유산캠페인에 동참, 전세금, 예금 등 2천300만원 전 재산을 기부했다.

 

또 올해 2월 돌아가신 옥탑방 할머니 김춘희 여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자신이 살던 옥탑방 전세금 1천500만원을 사후에 기부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는 약속대로 남은 재산과 장기, 시신까지 기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떡볶이 할머니, 옥탑방 할머니, 영구임대아파트에 보증금 172만원을 선뜻 내놓은 60대 등은 살림은 넉넉하지 않지만 마음이 넉넉했기 때문에 선뜻 기부를 한 것이다.

 

#본보는 올들어 매주 금요일 ‘나눔그리고 행복’이라는 기획물을 다루면서 각지에서 묵묵히 주변의 이웃을 찾아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육체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는 주부에서부터, 낭랑한 목소리를 이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대학생과 고교생이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영어 등 무료로 과외를 해주는 봉사 등 다양한 모습을 취재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의 평범한 주부, 학생들도 나눔에 동참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얼마전 전현직 대기업 CEO들이 CEO 지식나눔 창립식을 가졌다. 서울대 명예교수들도 복지관 문화센터 등으로 무료 출장 강연을 하는 등 지식기부도 늘어나고 있다.

 

최장 9일의 긴 추석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동안 그동안 찾아보지 못한 고마운 분들을 찾거나 자녀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좋은 곳에 잘 써서 사회에 보탬이 된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 ‘부자가 별건가 남한테 얻으러 안가고 그저 먹고 사니 내가 부자’라는 유산기부 할머니의 말을 가슴에 되새겨보자.  정근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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