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영향평가, 여성만을 위한 제도 아니다

박정임 문화부장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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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09년도 성별영향평가 추진실적 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최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동안 도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균등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등 실질적인 양성평등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실제 도는 성별영향평가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 성평등기본조례’를 제정,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또 성평등정책 책임관제와 조정회의를 통한 정책조정 및 집행기능을 강화했다. 여성부는 이번 평가를 위해 중앙행정기관 34곳과 광역지자체 16곳, 기초자치단체 232곳, 시·도 교육청 16곳 등 모두 298개 기관을 평가했다.

 

‘성별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용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남녀가 처한 현실을 고려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게 만든 제도다. 지난 1995년 제4차 UN세계여성대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돼 현재 영국과 캐나다, UN 등 4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부터 본격 추진돼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성별영향평가가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게 화장실이다. 정부는 지난 2006년 여성용 변기를 남성용의 1.5배 이상이 되도록 공중화장실법을 고쳤다. 여성의 하루 화장실 이용 횟수가 7.7회인데 비해 남성은 5.5회에 머무는데다 1회 이용 시간에서도 여성이 3분으로 남성(1분24초)의 두배를 넘는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 법무부의 ‘수용환경개선’ 사업의 경우 여자수용자를 고려한 다양한 시설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신축공사과정에서 반영됐다. 경찰청 ‘지구대 환경개선’ 사업에서는 여성경찰관을 고려한 휴게시설 설치로 이어졌다. 지하철과 버스 손잡이의 높이도 여성의 키를 감안해 낮아졌다.

 

도내에서는 ‘경기도 장학관’ 운영사업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기도 장학관은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설치됐지만 2008년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의 장학관 입사 요구가 남학생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이를 감안, 시설보수 공사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 입사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성별영향평가와 관련해 여성들만 편해지도록 하는 제도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더 빈번하게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에 여성과 관련된 사항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 당뇨병 검진의 경우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상당히 적다는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임신 시 필수적으로 실시하는 당뇨병 가능성 검사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남성들도 건강검진 시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할 수 있도록 검사항목에 당뇨병 가능성 항목을 포함시켰다.

 

남성들만 사용하는 시설에서도 다양한 시설이 설치됐다. 여자아이를 동반한 남성들을 위해 남자화장실에 유아용 변기시트를 설치했으며 휴게소에 기저귀 교환대나 젖병을 물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성별영향평가의 결실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도시계획에 있어서 어린이, 여성, 노인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 확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김포신도시, 광교신도시에 이어 동탄2신도시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 여성보행을 고려한 도로포장, 방범 취약지역에 CCTV설치, 친환경 산책로 설치 등을 설계에 반영해 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생활조건이 남녀 모두가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 공간을 요구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 때 도민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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