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진정한 봉사의 기쁨 배웠으면

정근호 사회부장 ghju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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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지족자(蚊有知足者). 장자의 잡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齊)나라 환공의 고사로, 공의 피를 빨지 않고 그대로 물러가는 예(禮)를 아는 모기와 공의 피를 빨고는 곧 물러가는 만족을 아는 모기가 있었다. 모기도 만족한 것을 아는 것이 있을 정도로 사람은 만족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비유다.

 

초·중·고교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을 위한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나고 있다.

 

수 많은 학생들이 성과가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고, 학원이나 특기적성을 살리기 위한 활동으로 분주했을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중·고교생은 자신에게 부여된 3년 동안 60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처를 찾기 보다는 학부모들이 정해 준, 좀 더 쉬운 봉사처를 찾은 학생들이 주를 이뤘을 것으로 보인다.

 

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1년부터 시작된 중·고교생들의 자원봉사. 학생들은 내신 성적 반영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봉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학생들의 자원봉사 활성화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학생들의 인성 등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내신 성적에 반영이 안되고 건실한 직장을 갖고 있는 성인이라면 과연 자원봉사를 찾아서 할 것인가다. 더욱이 학생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부모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식 봉사활동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부분 경찰서나 우체국,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만 인원한정으로 인해 경쟁률이 치열하다. 반면 요양시설 등은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몇해 전 한 개그맨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그까이꺼 뭐 대충대충’. 한 동안 우리에게 웃음을 크게 선사한 유행어지만 잠시 웃고 지나는 것으로 그쳐야지 학생들이 이 말처럼 행동한다면 큰일이다.

 

쉬운 봉사활동만 찾고 봉사활동도 대충대충. 자신에게 주어진 3~4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보내기 행태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근절되도록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하지만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을 확립하며 보람을 느끼기는 학생도 많다. 필자가 아는 지인의 딸인 한 여고생은 방학을 맞아 유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복지시설은 교통편이 좋지 않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하고 활동하는 시간과 복지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다. 이러한 교통불편을 아랑곳하지 않고 여고생은 봉사를 통해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며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자원봉사처를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해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자원봉사처를 중계할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이를 통해 ‘나’를 알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깨닫는다면 결코 스펙을 위한 봉사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학생들이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느낄 수 있는 자원봉사가 행해져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한 뒤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른이나 학교, 자원봉사 관계자 등이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세 살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학생들이여 지금이라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봉사 활동처를 찾아 도전하길 바란다. 여름방학이 다 가기 전에 말이다. 

 

정근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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