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잘못 사용했을 때 형사책임

타인의 재물을 변제없이 개인용도로 사용·수익·처분할 땐 횡령죄에 해당

부부간에도 상대방이 모르게 사용할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기업을 경영하는데 공식적으로 회계처리하지 못하고 사용해야 할 자금이 적지 아니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회사의 주주나 임원 또는 종업원(이를 ‘주주·임원·종업원대여금’이라 하는데 이글에서는 줄여서 ‘주임종’이라 한다)이 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이를 회사를 위해 또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이 주임종이 회사 돈을 사용하였을 때 어떤 경우에는 형법상 횡령죄가 되어 처벌을 받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는데 그 기준은 무엇일까?

 

횡령죄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인데(형법 제355조, 제356조), ‘횡령’이라는 말의 의미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물처럼 사용·수익·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판례상 나타나는 예로는, 회사의 돈을 몰래 빼내서 사용한 경우, 회사에 입금할 돈을 입금하지 않고 이를 소비한 경우(이 경우에 나중에 입금하였다 하더라도 횡령죄는 소비한 순간에 완성되기 때문에 여전히 횡령죄가 성립한다), 조합원들로부터 납부 받은 자금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일시 다른 용도로 전용한 경우 등 그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요컨대 회사의 돈을 정당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빼내어 사용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한 경우는 전부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 주로 문제되는 경우는 회사가 이른바 비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하거나 회사의 대표이사나 임원이 ‘주임종’의 명목으로 회사에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한 경우 어떤 경우에 횡령죄가 되는지가 문제된다.

 

‘주임종’은 기업회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계정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주임종을 발생시키면서 절차적으로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 기업회계장부에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를 하고 내용적으로 합리적인 이자와 변제기를 정하였으며 그 변제가 제대로 이루어 졌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표이사나 임원이 형식적으로는 위와 같은 절차를 밟았지만 실제로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통상적인 범위를 넘는 금액을 사용하고 그 원리금을 제대로 변제하지 아니한 경우나, 외관상으로는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처럼 하였으나 실질은 대표이사나 임원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하게 된다.

 

대법원판례(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4784 판결 등)는, 횡령죄에 관한 불법영득의사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비자금의 사용이 회사의 운영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지출(부담)로써 회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비자금 사용의 구체적인 시기, 대상, 범위, 금액 등에 대한 결정이 객관적, 합리적으로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을 비롯하여 그 비자금을 사용하게 된 시기, 경위,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비자금 사용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들의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내지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결국 회사의 자금을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한 경우 그 사용목적이 순전히 회사를 위한 경우에는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나, 반대로 그 사용목적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였거나, 자금을 인출하면서 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았으나 실질적으로는 원리금 등을 제대로 변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횡령죄가 된다고 할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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