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 친딸 성폭행범에 '성매수' 혐의 적용 물의

딸 강간한 아버지, 용돈 2만원 줬다고 성매수라니.. '황당잣대'에 시민들 분노

10대인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하고 낙태수술까지 시킨 인면수심의 50대 남성이 견디다 못한 딸의 신고로 붙잡혔지만 검찰이 이 남성에 대해 '강간' 대신에 '성매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법조계는 물론 여성계는 친족 강간에 성매수를 적용한 검경의 판단은 상식밖에 일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친딸을 5년에 걸쳐 수십차례 성폭행한 50대 남성에 대해 대부분 성매수 혐의를 적용하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애초에 22번의 성범죄 모두 친족 강간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지만 해당 검사는 혐의 대부분을 강간이 아닌 성매수로 바꾸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리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아버지가 성관계를 할 때마다 딸에게 쥐어줬던 단돈 2만원을 근거로 성매수로 판단, 재수사 지휘를 내린 것이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해당 검사는 '피의자가 도덕적으로 매두 부도덕하더라도 범죄 혐의는 명확히 해야 한다', '용돈 2만원을 대가로 한 것이므로 성매수에 해당한다'며 강간 대신 성매수를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이 검사는 '(아버지가 성관계를 요구하면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말한 것은 부탁이지 협박이 아니다', '엄마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성교 후의 말로 간음을 위한 협박이 아니다'고 해석하는 등 강간 혐의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찰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 22건의 성범죄 중 6건을 제외한 대부분을 성매수로 뒤바꿔 영장을 재신청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애당초 22차례의 성폭행 피해 사실에 대해 모두 친족 강간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검찰에서 재수사 지휘가 내려와 어쩔 수 없었다"며 책임 소재를 검찰에 떠넘겼다.

 

논란이 확산되자 남부지검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에 성매수로 재수사 지휘를 내린 사실을 인정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검찰은 "아버지와 딸 사이라고 할지라도 폭행, 협박 등이 있어야 강간죄가 성립하게 되는데, 기록상 강간죄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 처벌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해당 검사가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강간 증명이 어렵자 죄명을 찾다보니 성매수를 적용한 것 같다"며 혐의 적용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통해 최종 기소단계에서는 강간죄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친족 성폭행 피해자 두번 울리는 일, 법조계와 여성계 비판 거세져

 

이처럼 검경의 비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인권은 철저히 무시됐다.

 

어렵게 말문을 열고 경찰에 도움을 구한 딸은 졸지에 돈 2만원을 벌기 위해 아버지와 성관계를 맺은 부도덕한 딸이 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는 상식밖의 판단이라는 반응이다.

 

한 판사는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이 동원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종속관계가 분명한 친족관계의 경우에는 지위나 권세를 포함해 적용할 수 있다"면서 "강간을 규명하기 어렵다고 엉뚱하게 성매수를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친족 강간에 성매수 혐의를 적용한 경우는 처음 들어본다. 수사기관이 강간죄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자 편의적 잣대를 들이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계에서도 가뜩이나 약자인 미성년자 성폭행 피해자를 성매매 여성과 동일시하는 검경의 태도는 뒤떨어진 성범죄 인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어진 활동가는 "아버지와 딸 사이를 '성 매매 관계'로 생각하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무지한 것"이라며 "검찰의 이번 판단은 친족간 암암리에 벌어지는 성폭행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CBS의 보도를 접한 시민들도 인터넷의 각종 게시판에서 수백개의 댓글을 달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검사가 한순간에 불쌍하게 5년동안 아빠의 성노리개가 되었던 딸을 돈 2만원에 윤리도 잃어버린 부도덕한 딸로 만들어버렸다. 상처 받았을 딸이 검사때문에 오히려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꼴이 됐다"면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만약 검찰이 적극적으로 이 소녀를 도우려했었다면 폭행, 협박 여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검찰이 조사가 쉬울것 같지 않으니 용돈을 핑계삼아 성매매로 쉽게 가려고 한것 같다. 검찰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