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생경제연대 회원인 서아무개 사장은 건축 토목관련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는 요즘 죽을 맛이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심정이다. 왜냐하면 몇달 전부터 내놓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 피가 마를 지경이라고 한다. 자기 집을 처분해야 밀린 빚도 갚고 사업상의 운영자금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이 팔리지 않으니 돈줄이 꽉 막혀서 부도위기에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가정의 생활비조차도 댈 수 없는 형편이다.
수출주력 대기업들만 ‘호황’
정부당국이 부동산거래에 있어서 행해지는 금융권 등의 규제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서사장은 며칠 전까지는 한 오라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규제완화 조치가 없던 일이 되어버리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규제완화에 기대를 걸고 팔려고 내놓은 집을 보러 온 사람들이 몇명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발길조차 끊어졌다고 한다.
서 사장은 “정부에서는 아파트 투기, 땅 투기꾼들을 걱정하여 부동산거래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우리처럼 영세사업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운영자금이 급히 필요할 때 곧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입니다”라면서 “하루빨리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라며 절박하게 호소했다.
서 사장은 한때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부장까지 올라갔었다. 그런데 IMF금융위기 때 자신이 몸담고 있던 곳이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을 당하는 과정에 인수회사 측 사람들 즉 점령군들에 의해 그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그는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는 마침내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현재 그가 운영하는 건축 토목 관련 자재 공급회사를 차렸다. 이 분야의 외국회사로부터 특허권을 따내어 이를 국내에서 판매 및 시공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외국회사가 국내에 서사장의 회사 이외에 다른 회사에도 이 특허권을 판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그들과 결별하고 서 사장은 각고의 노력과 자금을 투여한 끝에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시급해
그런데 이번에 돈이 말랐다. 그동안 제품연구와 개발에 있는 돈을 다 쏟아 넣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는데 필요한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그는 정부보증기관 등 관련 정부계 금융기관을 문을 노크해보았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과거 실적은 있는지요. 전년도 매출액은 얼마였는지요’ 등. 이번엔 은행의 문을 두드려보았다. 그랬더니 이보다 한술 더 떠서 ‘월수입은 얼마나 되나요. 담보능력은 있나요’ 등의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제품개발을 마치고 막 시작하려는 조그만 회사에 무슨 담보능력이 있으며 매출이 안 이뤄지는데 그에게 무슨 월수입이 있겠는가 말이다. 오로지 그에게는 아파트 한채 달랑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부동산거래 동결상태는 그야말로 쥐약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비단 서 사장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서 사장의 이야기가 이 시대 소기업을 경영하는 수 많은 영세 소상공인들의 오늘날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최고 수준인 7.6%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런 통계 수치상의 이면에는 수출주력 대기업만 호황이고 내수경기는 아사직전인 민생경제 현실은 무시한 채로 경기과열이 오고 부동산가격이 뛸 것이라고 지레 우려하는 높으신 분들의 국가경제운영에 관한 그릇된 사고방식에 애꿎은 소상공인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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