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의 보혁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체벌문제,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문제 등 현안마다 교육계는 ‘정치판’이 됐다. 보수정부에 진보교육감 체제, 머리와 팔.다리가 따로따로 움직이는 체제이다 보니 사안마다 두 진영(陣營)으로 나눠져 대립각이 날카롭기만 하다. 일제고사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있다. 충북지역에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교사들이 부정행위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설(設)’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왜 교사들은 답을 가르쳐줘야 했을까? 우리 교육의 환부(患部)를 통해 현실을 짚어보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시험문제의 답을 가르쳐줬다 이런 얘긴데 어느정도로 ‘고의성’이 있는건가?
=전교조 충북지부가 공개한 부정행위들을 보면 교사들의 부정형태가 대단히 심각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학업성취도평가 초등학교 국어 문제에서는 ‘한글 고유어’를 찾는 문제가 나왔는데 A교사는 ‘우유는 한자가 들어있으니 답이 아니잖아‘라고 했고 B초등학교에서는 ’불국사‘를 묻는 문제였는데 ’국어책에 불이나면 뭐라고 하지‘, ’경주에 유명한 문화재가 2개 있는데 ‘암’자가 안들어가지 않는 것은‘ 이라고 답을 유도했다. 특히 시험장에는 축구경기의 4.4.2전법도 아닌데 때아닌 ‘다이아몬드 대형’이 등장하기도 했다.C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이 시험 볼때 번호대로 앉히지 말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가운데로 앉히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다이아몬드형’으로 앉히면 좋겠다‘는 지시까지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교사가 직접 답을 써주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하니까 부정행위가 광범위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위 사례들은 충북지역에서 이뤄졌다고 하지만, 과연 이런 부정행위가 충북만 있었겠느냐 하는 의심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면 왜 교사들이 답을 알려주는 등 부정행위를 유도한 건가?
=국가학업성취도 평가가 올해가 3년째지만 해마다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학업성취도평가의 목적이 기초학력미달 학생을 찾아내 보정교육을 해주고 학교간 격차를 파악해 학력이 뒤진 학교는 지원교육을 해주겠다는 것. 그런데 이 평가가 오히려 학교장에 대한 평가로 중요하게 현장에서 인식되고 있다.교과부가 올해부터 전국 학교의 일제고사 성적을 공시하겠다는 것도 학교에 대한 '책무성' 강화 취지다.이러다보니 기초학력미달학생이 많이 나오면 해당학교는 좋은 말로 ‘책무성‘이지, 불이익을 받는 다는 것, 즉 ’인사’ ’목숨‘과 관련돼 불이익을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북지역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폭로가 됐는데도 교육당국은 ‘설’로만 취급하면 진상 조사도 안하고 있다는데 왜인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 충북지부가 폭로만 해놓고 구체적 자료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는다‘고 전교조 탓을 하고 있다. 무책임한 폭로에 따른 ‘카더라’ 설만 가지고 조사를 할 수 없다는 것.전교조측은 “자료를 건네면 결국은 교사들 책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교사들이 줄줄이 징계를 당할 수 밖에 없고 또 자료를 공개하면 “너희들만 정의의 투사냐”하면서 "교원들 사이에 내부적 원성만 커질텐데 무슨 배짱으로 공개할 수 있겠냐"고 말하고 있다. 교육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가치가 전도돼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 사회에 ‘시험을 거부하는 학생이 더 나쁜가‘, 아니면 ’시험부정을 하는 학생이 더 나쁜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보수언론은 일제고사의 폐해인 시험거부에 주목하지만 부정시험은 무시하며, 진보언론은 상대적으로 그 반대다. 교육학자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시험을 부정하는 경우가 더 나쁘지만,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며 일도양단(一刀兩斷)하지 못하더라. A교수는 “윤리적으로으로 따지면 부정행위가 ‘나쁘다‘고 볼 수 있지만, 부정행위는 학생지도방법으로 개선할 수 문제이기 때문에 시험거부가 보다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적에 공감이 가지만, 문제는 교사들이 서험 부정행위를 유도하면 누가 학습지도로 ‘윤리적문제’를 개선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들도 우리 일제고사처럼 전국단위 시험을 볼텐데 우리와 같은 문제가 없는가?
=영국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전국학력평가시험(QCM)을 보는데 학교간 성적비교표(League Table)를 공개한다.그런데도 우리처럼 난리를 치르지 않는다.그 이유는 학부모들 태반이 이 시험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고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홍보를 하지 않고 그 시험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상업성 매체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말 그대로 ‘평소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그런데도 우리처럼 부정행위가 없고 시험거부 논란이 없는 것은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가 적고 상대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회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체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 이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반해 우리는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산업사회 구조이고 이런 구조에서는 학력을 높이는 것이 개인의 몸값을 높이는 지름길이 된다. 이런 구조인데도 교육당국은 오로지 ‘학력증진’만이 살 길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그 부산물이 ‘가치 전도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