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쌀산업의 조용한 변화

지난 12일 여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의미 있는 교육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식량작물기술 보급시범사업 평가회다. 매년 연례적으로 진행되는 교육행사이건만 이날의 교육행사는 여주 쌀 산업의 분명한 진로를 생각하게 한 성과의 자리였다.

 

흔히 경쟁력이라 함은 남과의 비교에서 이겨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이 외국과의 농업에서 이길 만한 규모인가? 분명 경쟁력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하지만 생존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차원은 달라질 수 있다. 생존력이란 살아남기 위한 힘이다. 자신의 역할을 남이 대신할 수 있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여주군이 자랑하는 여주 쌀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웃 이천이나 철원, 그리고 무섭게 추격해 오는 전라미, 충청미와 똑같은 차원에서 벼농사를 경영한다면 언젠가는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이제 여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이라고 무조건 대왕님표 여주 쌀로 판매되는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됐다.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여주 쌀은 값이 싼 다른 지역의 쌀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주 쌀 산업은 지력(地力)이 좋은 지역에 대해서는 고품질 쌀 생산단지로, 또 지력이 다소 낮아 고품질 쌀 생산이 불리한 지역에는 기능성 쌀이나 가공용 쌀로 분리하여 재배토록 하는 차별화 정책도 필요하다.

 

군은 현재 최고급 여주 쌀 생산 시책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연계, 추진하는 탑라이스단지,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연계한 일등경기미 품질혁신단지인 G+라이스단지, 여주군 자체사업으로 추진중인 2천800만㏊ 면적의 여주 쌀 품질혁신단지 등을 각각 육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품종 고급화를 위해 여주에서 40년 이상 재배해 오던 추청 벼를 대체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신품종 칠보 벼 1천㏊와 고시히까리 400㏊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 밖에 영호진미 등을 실증재배하고 있어 새로운 고품질 벼 품종으로 대체되고 있고 이러한 최고 품질의 신품종 대체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특히 지력이 다소 떨어지는 지역 중심으로 4년째 기능성 쌀인 흑미 재배단지 100㏊와 특수목적의 가공용 쌀 생산단지로 50㏊ 등을 계약재배, 여주 쌀에 대해 원료곡부터 품질 차별화를 유도하는 것은 여주 쌀이 살아남기 위한 조용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여주 쌀의 수매량 조절을 위해 4대강 사업 면적 등을 중심으로 대체작목 입식 등 정부정책에 부응한 논 다양화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를 위해 군은 여주 쌀 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각된 탑라이스 단지 등을 확대,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고품질 쌀과 일반미를 차별 유통할 수 있는 여주 쌀 등급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또 여주, 이천쌀의 명성을 활용하여 고품질 쌀만을 선별 생산, 새로운 통합브랜드로 부유층을 겨냥할 수 있는 유통 전략도 계획 중에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이제부터 여주 쌀의 조용한 변화는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완수 여주군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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