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를 도와 드리세요”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왜요?” “그동안 경기도가 온통 한나라당 판이었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이겼잖아요. 그래서 김문수를 손보겠다는 생각이겠지요.”

 

얼마 전에 경기도 사정에 밝은 어느 지인을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내용이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수부도시 수원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게다가 도의회는 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결과 민주당의 힘과 위상이 강해졌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앞으로 민주당의 협조를 얻지 않으면 도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날개 잃은 천사’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김 지사 흔들면 민생불안 부메랑 

 

결론부터 말해보기로 한다. 큰 틀에서 경기도 민주당은 김문수 경기지사를 도와야 한다. 발목잡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를 견인해주는 역할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특히 도의회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수당으로서의 위력 발휘가 자칫 ‘다수의 횡포’로 비쳐질 경우 경기도민들로부터 받는 지탄과 견제심리의 발동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역풍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한나라당에게 준 교훈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김 지사를 ‘식물도지사’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김 지사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너무 독선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앞으로는 경기도청 공무원들의 사소해 보이는 의견일지라도 경청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경기도의 현장과 현실을 꿰뚫고 있는 ‘도사님’들이며 지역 여론의 전파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기 휘하에 있는 공무원들을 잘 품고 그들로부터 지혜를 얻어야 하며 그들을 크게 대우해드리겠다는 마음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 대안 주는 조력자 돼주길

이 점에서는 전임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 ‘내가 주인이 아니라, 경기도 공무원 여러분! 당신들이 바로 주인이요’ 김 지사도 손 전 지사처럼 퇴임하며 떠날 때 아쉬움으로 따스한 눈물을 흘려주는 공무원들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성공한 도지사의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측근들 관리부터 잘 해야 한다. 오래 데리고 있어서 자기 말만 잘 듣고 따르는 집사형 측근 보다는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을 측근으로 삼아야 한다. 측근들이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여서 호령하면 공직질서가 파괴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경기도 행정의 시스템 마비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다수당 민주당이 할 일이란 김 지사에게 이런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고 충고해주는 역할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경기도를 주목하면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는 이유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며 특히 중소기업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경기도 없으면 대한민국이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는 시절이 없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들이 우리 경제의 내수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경영하는 분들이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경제가 잘 돌아가고 사회가 안정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종업원 월급 주고 가족들 생계를 유지하는 등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수당의 위력으로 민주당이 도지사를 흔들고 발목 잡는 일이 발생하여 경기도가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생경제 현장에서 죽을 힘을 다해 뛰고 있는 중소기업 자영업 사장들에게 돌아온다. 이는 결국 이번에 민주당을 찍어준 텃밭이었던 중소기업 자영업 사장들의 밥줄을 끊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주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김 지사를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