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산업은 녹색기술로 진화한다

지난달말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 망포동에서는 2010년도 ‘풍잠기원제’가 열렸다. 이는 잠령제라 하여 해마다 봄누에 치기를 앞두고 큰누에를 잡아 실을 뽑는 죄(?)를 천지신명께 고하고 잠령들의 안녕과 양잠농가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농사와 함께 양잠을 매우 중시하였다.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친경(親耕)을 했다면, 왕비는 직접 누에를 치는 친잠례(親蠶禮)를 행하여 신하와 백성들에게 솔선수범하였다.

 

우리나라 양잠산업은 3천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산업이다. 1960~1970년대에는 크게 번성했으나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생사 수입규제조치 및 중국의 덤핑판매로 매우 위축되었다. 최근 중국의 생산량이 줄고, 국제 실크가격이 상승 반전하는 등 국제여건이 변하고 있다. 이는 국내 양잠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뽕, 누에, 실크 등을 활용한 기능성 양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990년대 초 혈당강하제 ‘누에가루’를 기점으로 세계 최초로 누에 몸을 이용하여 동충하초 대량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또한, 누에 수나방을 원료로 개발한 천연 강정제 ‘누에그라’, 실크비누와 실크 화장품, 입안 상처회복에 도움을 주는 실크치약 등을 비롯해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인지기능과 기억력 향상에 효과를 가지는 기능성 식품소재인 BF-7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IT·BT 등 첨단기술을 융합해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인공뼈, 형질전환누에를 이용한 바이오신약 등을 개발함으로써 양잠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5조원에 달하는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림대의료원과 공동으로 실크단백질을 이용한 의료용 상품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누에에서 뽑아낸 실크는 입는 소재에서 먹는 소재로 진화했다. 이어 최근에는 생체소재로 각광받으면서 2009년에는 인공고막, 2010년 인공시멘트와 생체막, 2011년 뼈고정판과 볼트, 2012년 인공치주뼈 개발 등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양잠선진국을 중심으로 누에가 바이오신약 생산을 위한 살아있는 생체공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누에는 한 세대가 45일로 매우 짧고, 증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연중사육이 가능하며 취급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인간, 가축 간의 공통병원균이 존재하지 않아 누에로부터 생산한 바이오신약은 안정성이 매우 높다. 이에 지난 2005년부터 형질전환 누에 개발을 통한 바이오신약 생산에 있어 각종 로열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바이오신약 대량생산의 엔진에 해당하는 프로모터, 누에 자체 고유의 형질전환용 전이인자를 개발했다.

 

또한, 2008년에는 기존 프랑스가 개발한 누에 액틴 프로모터보다 바이오신약 생산 능력이 340배 이상 탁월한 ‘누에 고유 열충격 프로모터’를 개발하였으며, 누에 고유 자체 전이인자 후보 유전자를 발굴하여 형질전환을 위한 운반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누에 몸을 이용해 인터페론, 빈혈치료제, 비만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첨단양잠을 구현할 계획이다.

 

양잠산업은 1995년 이후 연간 4.7%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생사 생산량의 약 75% 이상을 생산하며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의 경우 양잠농가의 노령화, 초기투자 자본의 과다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전통 양잠에서 기능성 양잠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진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한 수요를 꾸준히 개발하여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우리 양잠산업이 미래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광용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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