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대낮에 학교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매일 등·하굣길에 동행하고, 학교 교실 안까지 아이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세상이다.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의 시름은 날로 늘고 있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취업여성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영유아기 아이의 경우 종일 운영되는 다양한 보육시설이나 친인척관계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의 경우 방과 후 시간들을 책임질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따라서 이 시기의 아이를 둔 취업여성들은 퇴직을 강제 당하거나, 불안에 떨며 사무실에서 전화로 혼자 하교하는 어린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코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엄마들의 고민과 시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한국의 경제적 성장 및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여성들의 낮은 경제활동참여율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관점이 대세다. 여성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 대한 취업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재 취업상태에 있는 여성들이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취업여성 765명을 대상으로 한 (재)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8.2%가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이유로 자녀양육에 대한 부분이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이를 둔 한국의 직장여성들의 많은 부분이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보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동을 둔 직장여성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현재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출산직후의 영아기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으로 이분화된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아이돌보미, 가정보육교사제도, 방과 후 학교의 확대 운영 등 다방면으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소화하는 데 아직은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으려면 방과 후 가정보육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서비스 제공 또한 다각화하는 한편, 학교 내에서 제공되는 방과 후 돌봄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사업을 병행해야 나가야 할 것 같다. 또한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퍼플잡의 도입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퍼플잡은 일·가정 양립형 고용방안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해 정규직으로 일을 하면서 여건에 따라서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로써 양육기의 아이들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제도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양육문제로 더 이상 불안에 시달리며 일과 가정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지 않게 하는 제도적 장치의 보완, 이것이 가장 핵심적인 여성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과제일 것이다. /손기영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성평등고용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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