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앞에 작아지는 경찰 "학부모들이 막강해서"

전교조에 '엄격'한 시교육청도 대원외고에는 '너그러워'

학교법인 대원학원이 불법 찬조금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고발장을 접수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광진경찰서는 아직까지 대원외고 교장 등 피고발인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긴 했지만 이사장이나 교장에 대한 출석 요구는 하지 않았다"며 "찬조금을 걷은 학부모 등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부모들 중에 검경 등 나름대로 영향력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중간) 보도가 나가면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해 미묘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원학원측이 교장과 교사들에게 정직이나 감봉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대원학원은 이사장을 해임하고 대원외고 교장 및 교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또 이같은 내용을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에 서면 통보했다.

 

징계위 결정에 따르면 교장은 정직 3개월, 교감은 정직 1개월의 처분을 각각 받았다. 행정실장도 그에 준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정직은 중징계 가운데서도 처벌 수준이 가장 낮다. 찬조금 200만원을 챙겼던 교장과 교감이 모두 정직 처분에 그친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1천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교사 5명은 감봉이나 견책 등 경징계를 받는데 그쳤다.

 

시교육청은 당초 교감을 비롯해 고액을 수수한 8명에게 중징계 조치를 권고했지만 3명만이 중징계 대상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재단측은 "금품 수수 교사 중에서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니 선처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이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징계를 요구했던 교사 30명은 이번 징계위에서도 같은 징계를 받았다. 고액을 받은 교사들을 포함해 감봉이 24명, 견책은 11명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측이 내린 징계 수준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검토해야봐야 한다"면서 "많은 학부모나 시민들은 이번 징계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사장이 사임하는 등 중징계가 내려졌고, 학교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이같은 행보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 대한 파면·해임 결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10일 민노당 가입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16명 전원에 대한 파면·해임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새 교육감 취임을 앞두고 빠른 징계 처리를 독촉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정작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대원외고는 지난 2007년부터 3년 동안 학부모들이 걷은 찬조금 21억 2800만원을 스승의 날 선물 비용과 교사 회식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시교육청은 이사장 해임과 교장 등 8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금품 수수액이 적은 교사 30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나머지 28명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 시민·교육단체들은 이를 '부실 감사'라고 비판, 지난 4월 초 해당 학교 이사장과 교장, 이성희 교육감 권한대행을 경찰에 고발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