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기침체로 인한 높은 청년실업률도 해외취업 열풍에 한 몫하지만, 이른바 '스펙'이라는 유리장벽에 갇힌 구직자들의 돌파구로 해외취업이 선호되고 있다.
◈ 청년취업난, 해외취업으로 해소
졸업반 박이경(23,부산외국어대학교)씨는 오는 24일 캐나다 출국을 앞두고 걱정 반 설렘 반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청년실업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요즘 취업의 기회를 찾아 캐나다 취업 연수를 결정했지만 과연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막상 4학년이 되고보니 졸업한다고해서 다 취업이 되는게 아니더라"며 "우리나라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다들 해외취업에 솔깃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씨처럼 좁은 국내 취업 시장을 떠나 해외로 취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올해에만 벌써 8천 7백여 명이 해외 구직 등록을 했다.
정부가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지난 1998년 이후 올해 5월까지 모두 20만여 명이 해외 구직 등록을 했다.
특히 지난 2003년 1만 4천여 명에 불과하던 해외 구직 인원은 지난해 2만 1천여 명으로 50% 가량 늘었으며, 해외취업에 대한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004년에는 3만 4천여 명이 구직 등록을 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해외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모두 9천 6백여 명으로, 매년 평균 1천명 가량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에 성공한 1천 571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무 및 서비스 분야 취업자가 819명으로 가장 많았고, IT분야(166명), 의료(51명), 기계 및 금속(3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 취업자가 656명, 호주 249명, 일본 241명, 캐나다 153명 등의 순이다.
◈ 지방대, 전문대생에게 너무 높은 취업장벽
박씨가 캐나다행을 결정한 것은 국내 취업난에 대한 걱정때문이기도 하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16개월을 지내고 오면 국내 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수월해질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지방대생이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주변 사람들을 적잖이 봐 온 까닭이다.
박씨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해외취업 연수 과정을 통해 8개월간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비롯해 비즈니스 영어 및 해외취업에 필요한 실무를 배울 예정이다.
그 후 현지 연수기관과 상담을 통해 8개월간 인턴 생활을 할 회사를 고르고, 이 곳에서 무리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대부분 취업으로 연계된다.
박씨는 "만일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 곳에서 영어와 비즈니스 실무를 배워오면 한국에서 취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전할 만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박씨처럼 해외취업 도전을 어학연수 및 해외 경험의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내 구직자들의 이른바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남들보다 좋은 영어회화 실력과 남다른 경험은 구직 면접에서 플러스(+) 점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박씨와 같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연수 과정을 밟은 사람들의 취업률이 50% 수준에 불과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연수만 받고 실제 취업은 국내에서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연수자로 선발되면 최대 3~4백만 원 가량의 정부 보조를 받을 수 있는데다 믿을만한 연수기관을 통해 안전하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취업문을 두들기다가 '스펙'에 가로막혀 결국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문대를 졸업한 박준영(30)씨는 보름 뒤 카타르 도하로 떠난다. 대학에서 세무회계를 전공하고 2년 6개월간 회사생활을 하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국내에서 취직 자리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박씨는 "경력도 있고 영어 점수도 충분히 만들어놨지만 전문대 졸업이라는 점 때문에 취업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카타르 도하의 현대건설 지사 총무팀에서 일을 하게 될 그는 "출신 학교보다는 영어 능력을 비중있게 보는 것 같았다"며 "이 곳에서 3~4년 일을 하고 오면 제2 외국어도 배우고 여러가지로 경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 최호권 과장은 "능력은 있는데 지방대라서, 혹은 전문대라서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학벌을 잘 보지 않는 해외에서는 출신 학교가 핸디캡이 되지 않아 지방대생이나 전문대생들이 해외취업에 더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 정부, 기업 인식 제고보다는 해외취업 주선
정부는 이달 초 국무총리 주재 제59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해외취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이 대책이 시행되면 올해 해외취업 인력은 6천 명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싱가폴 등 동남아지역의 관광인력(리조트, 호텔 등), 중동 항공사의 승무원인력(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 등), 호주·캐나다의 가스전 개발에 따른 용접 인력 등의 수요가 예상됨에 따라 리조트사와의 MOU체결, 전문인력 알선, 맞춤형 훈련 등으로 취업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8년에도 '글로벌청년 10만 양성사업'을 국정과제로 삼고 해외취업을 적극 독려한 바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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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해외취업 독려 정책에 대해 국내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구체적 실행 계획없이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한 정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여기에 스펙에만 치중하는 기업의 인식 제고 노력없이 국내에서 취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들을 정부가 나서 오지의 3D 직업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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