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 둘러싼 개발·보존 갈등 문화재 예측 모델 통해 예방을
문화재보호법을 보면, 일정 규모 이하를 제외한 개발 관련 문화재의 조사와 보존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사업 시행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문화재는 공공의 자산이므로 개발로 인해 그것을 훼손하게 되면, 개인 주택과 같이 소규모인 문화재를 제외하고는 해당 문화재의 훼손 원인을 제공한 사업 시행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논리다.
문화재가 공공의 자산이라고 한다면, 어디에 문화재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그 자산의 주체인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를 찾는 기초 작업인 지표 조사와 시굴 조사의 비용까지 사업 시행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한 문화재지리정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전국의 지정 문화재와 보호 구역 현황, 매장 문화재 분포 지역 등을 수치 지도를 통하여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 흡족하지는 않지만 매장문화재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문화재가 포괄적이고 실질적으로 국가 관리의 대상이 됐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문화재지리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10여 년의 긴 시간이 소요됐다. 시스템 구축에 이처럼 긴 시간이 소요된 까닭은 1만 건 정도인 지정 문화재 중에 구역이 불분명하거나 보호 구역이 설정되지 않은 경우, 지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초 조사 자료가 없었던 매장문화재 조사를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리정보시스템의 정밀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군 단위의 기초 조사가 구석구석 정밀하게 이뤄지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어느 기관에서 조사했느냐에 따라 각 시·군의 문화재 분포 밀도가 현격하게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 등의 문제점들은 추가 조사를 통한 지속적 자료 보완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매장문화재는 시굴 조사를 해 보기 전까지는 유적의 유무를 직접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개발 사업에서 시굴 조사로 전환된 유물산포지 중 유적이 확인되는 경우는 30% 정도로, 매우 낮은 확률을 보인다.
이처럼 낮은 확률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문화재 예측 모델이다. 이는 이미 조사된 문화 유적의 해발 고도와 방향, 강으로부터의 거리 등 다양한 입지 조건을 분석해 지형에 따른 문화 유적의 분포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으로, 문화 유적의 부존 가능성을 5단계로 구분해 색깔별로 제시한다. 이 중 확실하게 문화 유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1등급 지역에 대한 현장검증결과의 정확도는 69%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문가에 의한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시대에 따른 유적의 중요도라든가 유적의 중심 지역 표기 등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지형 조건에 따라 문화재의 분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매장문화재를 두고 생기는 개발과 보존의 갈등이나 문화재로 인한 사유재산권의 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최소한 문화재의 유무를 알지 못해 입을 수밖에 없었던 개인이나 개발 사업자의 재산상의 손실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문화재청의 지리정보서비스 제공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심광주 토지주택박물관 문화재지원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