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또래집단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습득
요즘 상점이나 청소년 학생들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우리 아이들이 '욕'을 참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의 '욕'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해졌다는 것이 교육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서울시내 모 대학에서 발생한 이른바 '패륜녀 사건'은 '욕설'에 빠진 초·중·고생, 대학생들의 한 단면이다. 학생들은 왜 '욕'에 중독돼 있고, 우린 왜 '이런 현실'에 무관심한 것일까?
◈ '패륜녀 사건' 우발적인가= 이번 사건은 한 대학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욕' 문화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시내 서점 등 학생들이 몰려있는 곳이면 학생들의 대화 도중 '욕'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 왜 욕에 찌들어 있을까= 서울 모 중학교의 A교사는 아이들이 욕을 많이 접하는 시기는 6~9살 사이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많이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에서 지면 상대방이 욕을 하는데 그 뜻을 모른 채 계속 노출되고, 스스로도 욕에 중독된다는 것. 이렇게 배운 '욕설'은 학교에서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빠른 전이가 이뤄져 아이들이 욕을 '자연스럽다' 할 정도 많이 사용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욕을 할까? 상대방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친구들이 '욕'을 하는데 '욕'을 안하면 또래 집단에서 '나'만 약한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또 욕설을 친구끼리 하면 카타르시스를 맛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상쾌함'마저 갖는다는 것이 학생들 말이다.
서울 모중학교 3학교 이모양(16)은 "욕을 하다보면 일단 말빨도 좀 있어 보이고 할 말 없을 때 그걸로 하면 마무리가 다 되니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인 이모(19)양도 "욕을 안 하면 답답한 게 있다. 그거 대신에 뭘 써야할 지 그런 것도 있고 욕이 습관으로 뱄다"고 밝혔다.
◈ 감탄사로 내뱉기도= 요즘 청소년들은 '욕'을 일종의 '감탄사'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다.
서울 A중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축구하면서 5초당 한번씩 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욕을 하며 마치 '짜릿함' 같은 것을 느낀 듯이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욕'이 생활용어처럼 사용되는데, 이는 쪽지나 메신저 등 사이버상에서 '욕'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이버상에서는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아 '욕설'이 오가도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 특히 채팅할 때 '욕설'이 금지어로 규정돼 '욕'을 기입하면 "물음표?"가 뜬다.
그래서 아이들은 '개1새1끼'라는 식으로 중간중간 숫자를 넣어서 욕을 대신한다.
또 'ㅅ ㅂ, ㅂ ㅅ'처럼 욕을 자음만으로 축약해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의 핵심은 많은 아이들이 '욕'을 '욕'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욕의 '어원'(語源)을 교사들이 지적해줬더니 학생들이 놀라며 '욕은 지저분해서 못쓰겠다'고 욕설을 자제하는 경우가 관찰됐다고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