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총장 선거, 겉으론 '쉬쉬' 속으론 '부글부글'

"오해살까" 일부 후보 의혹 공론화안돼…'부적격 당선' 논란일지도

서울대 총장 선거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의 자질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이 공론화되지 못하면서 학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점을 덮고 쉬쉬하는 분위기에 일부 교수들은 총장 선거 이후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

 

◈썰렁한 총장 선거, 토론 분위기 실종

서울대 총장 후보는 총장후보초빙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총 3명으로 압축됐다. 오연천(행정대학원), 오세정(물리천문학부), 성낙인(법학부) 교수다.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7번째로 선출되는 이번 총장은 법인화 등 중책을 맡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여느 때와는 다르다.

 

그런데도 후끈 달아올라야 할 총장 선거가 과거와는 달리 썰렁한 모습이다. 공약에 대한 평가가 오가고 후보 자질을 둘러싸고 검증이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토론 분위기가 실종됐다.

 

지난 21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총장 후보자 소견 발표도 참석률이 저조해 무관심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법인화 등 현안을 두고 세 후보의 공약이 비슷한 점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했다.

 

사회대의 모 교수는 "한마디로 재미없는 선거"라면서 "잠재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쟁점화하고 토론하는데 실패했다"고 평했다.

 

◈의혹 있어도 쉬쉬 "오해살까 말 못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언론에서 제기한 일부 후보들의 논문 이중 게재 등의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

 

현재 후보 중 오연천 교수는 1987년부터 2001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총 5건 11편이 학술지와 간행물 등에 이중 게재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낙인 교수도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발표한 논문 가운데 총 5건 10편이 이중 게재됐다는 의혹과 함께 논문을 중복 게재해 연구비를 부정 수령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논문 이중 게재는 그 동안 정·관·학계에서 인선의 검증 잣대로 여러 차례 이용돼 실제로 적지 않은 인사들이 중간에 낙마했을 정도로 민감한 이슈다.

 

그런데도 장관급 대우를 받는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대부분의 교수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교수 단체와 본부에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3명 중 2명의 후보가 의혹을 받고 있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각 단과대별로 진행된 후보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가 "3명의 후보들에게 모두 해당되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묵살되기도 했다.

 

교수들 상당수는 이 같은 문제의식의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대의 한 교수는 "학교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은) 언젠가 서울대 전체에 타격이 갈 중대한 문제"라면서 "학교 차원에서 사전 조사를 하고 명확한 기준을 발표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민교협 등 교수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토론이 있었지만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잠시 보류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상당수 교수들은 여전히 이 문제를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개운치 않은 선거, 벌써부터 후폭풍 예고

논문 이중 게재로 총장직을 사퇴한 타대학의 전례도 있는 만큼 선거 이후 부적격 당선이라는 새로운 논란과 그에 따른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농생대의 모 교수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일단 문제가 제기됐으면 어떤 영향을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해 토론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처럼 잠잠하게 선거가 끝나버린다면 후유증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이미 총장으로 선출된 이후에 논문 이중 게재가 또 다시 불거져 총장 후보가 낙마하기라도 한다면 학교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는 "최종적으로 3명의 후보들을 추려낸 총장후보초빙위원회에서 사전에 이 같은 의혹을 알고서도 제대로 점검을 못해 직무유기를 했다"면서 "차후에 총장후보초빙위원회에서도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본부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민감한 시기에 이를 공론화시키기는 힘들다"면서 "선거 이후에나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제25대 총장선거는 오는 5월 3일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1표)와 교직원(0.1표)의 직접 투표로 열릴 예정이다.

 

서울대의 침묵이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집단 사고인지 학문 윤리에 대한 무감각인지 아니면 유권자들의 '조용한' 관찰인지 다음주 월요일에 치러지는 총장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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