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나 사람을 이용한 우역제(郵驛制), 횃불과 연기를 이용한 봉수제(烽燧制), 군사통신을 이용한 파발제(擺撥制). 이 모두가 고대국가의 주요한 통신수단의 하나였다. 조선시대 통신수단은 역참제에 의해 이뤄져 오다가 1884년(고종 21년) 근대적인 통신제도를 처음 도입하여 우정총국이 설립돼 한성우체사, 일제강점기 총독부 통신국을 거쳐 해방과 더불어 1948년 체신부가 발족됐다. 그리고 2000년 7월 1일 우정사업본부가 출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정업무를 관장하던 기관은 시대에 따라 달랐지만 근대통신의 역사는 올해로 126년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우체국은 중요한 통신기관이자 서민들의 따뜻한 동반자의 역할을 해 왔다. 학창 시절 밤을 새워 헤르만 헤세의 글귀를 넣어가며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던 아련한 추억, 멀리 계신 부모님께 안부를 묻는 편지, 그리고 그리운 사람으로부터 기다리는 편지를 받기 위해 하루 한 번 오는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리며 동구 밖 너머 보던 기억들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다림을 알기에 집배원은 한 통의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IT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현대적 우정 서비스가 제공되는 등 우체국의 모습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첨단 시스템과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성으로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가장 저렴한 우편요금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우정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한때 우정사업의 민영화 및 통상시장 개방이 거론된 적이 있었지만, 민간기업의 수익성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결과를 초래하게 됨에 따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의 우편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대도시부터 산간, 도서벽지 등 오지에 이르기까지 저렴한 비용의 보편적 우정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국민들의 권리를 국가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1956년 처음 체신의 날 기념일 제정을 시작으로 올해로 55주년이 되는 정보통신의 날을 맞이하여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순직우정인 추모행사 등 우정역사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갖는다. 국가 기간통신과 서민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었던 우정사업이 시대가 흘러도 이 땅의 모세혈관이 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희망 메신저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용석 의정부우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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