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전격적으로 복귀했다. 이는 삼성이 ‘오너체제’, ‘친정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이 시점에서 오너체제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통상 오너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경영권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며 또 다른 하나는 회사가 경영위기에 직면했을 때이거나 장차 그럴 조짐이 현저하게 보일 때 전격적으로 오너가 등장한다. 이번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흔히 조직과 시스템 면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주인이 없어도 잘 돌아가게끔 관리되는 회사로 인식되어 왔다. 이는 회사 운영상에 필요한 매뉴얼이 그만큼 치밀하게 구축되고 체계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색채가 강하기 때문인지 삼성에는 관료적인 냄새가 은연중에 진하게 배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점에서 삼성이란 회사는 필자에게 있어서 ‘기업관료’들이 지배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든다.

 

기업의 속성과 관료조직의 속성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기업은 수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야 생존하고 뻗어나갈 수 있다. 조금이라도 정체되고 안주하려는 순간 그 회사는 위기를 잉태하게 된다. 그만큼 유연하며 감각적이고 순발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오너를 중심으로 하는 의사결정자들의 결단과 추진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반면에 관료들은 다르다. 안정성과 체계화 그리고 여론의 동향을 중시하는 데 방점을 찍는 성향을 갖고 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보다는 과거의 사례를 바탕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보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 관료의 영역에서는 특정 지도자의 결단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에 의한 일관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시된다. 이들 두 영역의 차이점을 좀 더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기업은 사람이 중심이며 관료조직은 시스템이 중심이다. 기업은 미래지향적이며 관료조직은 과거회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년간 삼성은 큰 착각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기업 관료들이 지배하는 주인 없는 회사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삼성과 거래를 뚫는 데에는 온갖 자격 조건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 삼성과 같은 최고 기업과 거래를 하자면 적어도 이 정도의 자격과 수준은 갖춰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오만함과 조직의 경직성은 관급공사를 따기보다 더 까다롭다는 불평을 낳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눈에 보이는 자격과 조건 구비보다는 협력 업체의 독창성과 실질적인 기술력, 협력업체 사장의 능력과 진실성 등이 평가받아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그러하지 못해 왔던 게 그동안 삼성의 현실 아니었는지 자문자답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에 삼성 옴니아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를 두고 삼성의 미래를 밝지 않게 전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삼성관료들이 그동안 내부에 진입장벽을 높게 치고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창의성을 과소평가한 데에 대한 업보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옳다 그르다는 논점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기업이 먹여 살리는 수많은 관련 가족들의 생계 문제와 수많은 하청업체들의 명운이 삼성에 걸려 있다는 점이 오로지 관심사일 뿐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를 계기로 삼성이 주인 있는 회사로 환골탈태하여 변화에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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