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동안 부모의 보호 아래 있어 어린이 미아·가출신고가 잠잠하더니 신학기 개학과 동시에 부쩍 늘고 있다. 특히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 등으로 사회적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 미아·가출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범죄와 관련이 없는 단순 미아·가출 사건에까지 지역경찰 인력과 전 형사를 투입하고 있다. 부모는 물론 주변의 걱정까지 씻어주려면 하루라도 빨리 찾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예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가 귀가하지 않는다며 신고해 온 적이 있다. 당황해 하는 부모를 안심시켜가며 전 직원을 동원해 찾아나선 지 1시간만에 친구집에서 놀고 있는 것을 발견, 집으로 돌려보낸 사례가 있다.
또 중학교에 입학한 뒤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여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남자 고등학생 집에 있는 것을 실종팀 형사가 3일 동안 찾아나선 끝에 부모에게 인계해 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작 위의 두 사건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가정에서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는 등으로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관심은 전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경우, 집과 학교를 오가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부모와 교사의 연계된 지도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사고력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 수업이 끝나면 반드시 집에 돌아가 행선지를 알리고 외출하는 것이 생활화 될 수 있도록 각별히 지도해야 한다.
중학교 신입생은 부모와 교사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또 집에서 컴퓨터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 항상 관심을 갖고 돌보아야 한다.
위의 사례와 같이 가정과 학교가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고 경찰에게 모든 일을 다 맡긴다면 경찰은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이런 미아 가출사건을 수사하려면 강력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고 위치 추적권도 없어 발로 뛰면서 수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장비가 소요된다. 정작 중요한 치안에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우리 경찰은 부산 여중생 사건 같은 흉악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성폭력범 일제 검거기간을 정해 수배자 검거와 성폭력우범자 관찰, 재개발지역수색 및 철거, 방범카메라 설치,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 배치 등 그야말로 하는 일이 태산같이 많다.
경찰이 하는 일 중 사건 하나하나를 따져 볼 때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 평소에도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잘 돌보아야 하겠지만 특기 신학기에는 학교생활이 낯설어 적응하지 못하고 길을 잃거나 가출하는 어린이가 종종 발생하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과 학교, 경찰이 합심해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희성 화성동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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