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사이버 왕따'도 위험해요

왕따 피하기 위해 24시간 미니홈피 관리하기도

요즘 청소년들은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교실 안에서 뿐 아니라 사이버 세상에서도 친구 관리를 해야만 한다.

 

같은 반 친구라도 미니홈피나 메신저로 연결돼 있지 않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같은 편에 들지 못하면 ‘사이버 왕따’로 낙인찍히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

 

◆ “친구들이 게임 속에서 저를 살해했어요”

 

지난해 9월 한국청소년상담원에 한 통의 상담 메일이 들어왔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A군은 자신이 학교에서 일명 ‘왕따’라고 밝혔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A군은 고민 끝에 또래 친구들이 즐겨하는 온라인 게임을 지난 여름방학부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 친구들과 섞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임 속 아바타를 키우기 위해 용돈을 아껴 아이템도 샀고, 레벨을 높이기 위해 방학 내내 밤샘 게임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A군은 용기를 내 자신의 아바타를 데리고 온라인 게임 속 공간에서 친구들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A군은 게임 속 아바타가 자신이라고 밝힌 뒤 친구들로부터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친구들은 A군의 아바타를 집단 폭행을 한 뒤 살해했다. A군은 같은 반 친구 2명과 다른 반 학생 3명이 가해자라고 말했다.

 

사이버 왕따가 된 A군은 결국 ‘두 번째 상처’를 받은 셈이다. 교실에서 왕따는 가상 세계에서도 철저하게 배제 대상이었다.

 

◆ 왕따 안 되려 24시간 미니홈피 관리

 

올해 고등학생이 되는 정혜진(16·가명) 양은 요즘 ‘싸이질’에 열중이다. 헤어진 중학교 친구들과 연락하고, 고등학교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과 일촌을 맺기 위해서다.

 

정 양은 마치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인처럼 낮에는 교실, 밤에는 온라인에서 24시간 인맥 관리를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장면을 사진을 찍어 미니홈피에 올리고, 가족들과 떠난 주말 여행기를 인터넷에 올리느라 부산하다.

 

일촌과는 이렇게 서로의 사생활을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파도타기’를 통해 친구의 친구도 소개받는다. 정 양은 온라인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이버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일촌 신청을 거부할 경우 ‘원수’가 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일촌을 맺되 등급을 나눠 관리를 하기도 한다. 이때 교실에서 관심 있는 친구와 무늬만 친구인 차이는 인터넷 상에서도 동일하게 정의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특정 상대에게만 자신의 메신저가 상태가 오프라인으로 보이게 하는 ‘차단’ 기능을 켠다거나 안티 카페를 만든 뒤 특정인을 따돌리기도 한다.

 

◆ 온·오프라인 따돌림 문화...관심이 필요하다

 

시간과 공간에 제한 없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관계는 익명성을 전제로 하지만 ‘학교와 교실’이라는 특정 집단의 울타리에 소속된 청소년들에게는 사이버 관계가 현실 관계의 반영이기도 하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김상수 상담원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학원에 간다던 아이들이 이제는 인터넷에서 만나 어울리고 사회 활동을 한다”며 “오프라인인 학교에서 나타난 따돌림 문화는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일종의 ‘패거리 문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상담원은 이어 “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은 현실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이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상담도 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가 온·오프라인에서 관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