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남보꾸(水野南北, 1757~1834)가 쓴 ‘절제의 심리학’을 봤다. 그는 전설적인 일본의 관상학자이자 사상가이다. 남보꾸는 어려서 부모를 여위어 성정이 난폭하고 거칠어서 18세에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된다. 감옥생활을 하면서 죄수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했을 때 얼굴이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출옥을 한 후에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 한 관상가를 찾아간다. 관상가는 1년 안에 칼에 맞아 죽을 운명이므로 액운을 피하기 위해서는 속세를 버리고 입산수도를 하라고 했다. 이에 놀란 남보꾸는 절을 찾아갔는데, 스님은 수도생활은 대단한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미리 예행연습으로 1년간 밀과 보리만 먹은 후에 오라고 했다.
남보꾸는 부두가에서 노무자 생활을 하면서 1년 동안 밀과 보리만 먹고 지내며 약속한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산사로 들어가는 도중에 전에 만난 관상가를 찾아가게 된다. 남보꾸를 대면한 관상가는 깜짝 놀라면서 1년 전과는 관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그 연유를 묻길래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자 관상가는 1년간의 절제된 식습관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면서 이제는 입산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남보꾸는 느낀 바가 있어 3년간은 이발소에서 사람들의 머리를 씻기며 두상(頭相)을 연구하고, 3년간은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면서 체상(體相)을 연구했으며, 마지막 3년은 화장터에서 소체부(燒體夫)로 죽은 사람의 염을 하면서 골격과 생김새 등 골상(骨相)을 연구하여 나중에는 사람의 운명을 백발백중 맞추는 상법(相法)의 대가로 ‘대일본’이라는 칭호를 받는 큰 사상가가 됐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미즈노 남보꾸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것은 타고난 관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 인간이 생의 전반에 걸쳐 검소하게 절제된 생활을 하느냐 못하느냐 여부에 있다고 했다. 특히 운명은 음식을 먹는 평소의 습관에 많이 좌우된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관상을 가지고 있어도 빈한하거나 요절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 좋지 않은 관상을 가졌는데도 장수하고 출세하는 사람이 있어 그 원인을 알아보니 각 사람들의 음식습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식사를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을 절제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봤다.
음식을 절제한다는 것은 폭음과 폭식, 과식 등 음식을 탐닉하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술과 육식은 마음을 탁하게 하고 몸을 무겁게 하는 음식이라고 했다. 술이나 고기를 배부르게 마시고 먹으며 건강한 듯 뽐내는 것은 본래 천리에 역행하는 것으로 오래갈 수 없다고 했다. 미즈노 남보꾸의 음식에 대한 절제는 곧 소식(小食)에 대한 강력한 권유로 이어진다.
“음식을 체격에 비하여 많이 먹는 사람은 설혹 인상이 좋아도 만사 순조롭지 않고 매사 뒤늦은 결과로 평생 걱정하게 되고 만년이 불길하다. 대식하고 거기다 그 양도 시간도 정한 바 없는 사람은 말할 것 없이 평생 불운하고 결국 가정도 무너지고 병에 걸린다. 소식(小食)으로 엄격히 조심하는 사람은 예컨대 빈한하고 나쁜 인상이라도 상응하는 복을 받고 장수하며 만년이 행복하고 영양이 부족하게 보여도 병을 앓지 않는다.”
“인상의 선악을 분명히 알고 싶으면 성실하게 3년 동안 식사를 절제해 보십시오.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성공의 길에 들어서지 않는다면, 천지에 이치란 없고, 어느 세계에도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나 미즈노 남보꾸는 천하의 사기꾼이 될 것이오!”
이것은 남보꾸의 말이다. 못 이긴 척 한번 지켜보는 것도 새해맞이로는 좋은 결심인 듯 하다.
/김 우 자혜학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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