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읽어봄직한 이범선의 ‘오발탄’. 시대는 달라도 우리 사회와 비교될 수 있는 점이 많다. 전후시대의 사회에서 약자들의 고독, 무능한 인간의 허무감 등등…. 특히 전쟁이 가져온 참혹해진 현실. 이 현실 속에서 목적을 잃고 삼천포로 점점 빠져가는 사람들이 그렇다.
‘오발탄’에서는 정신분열자 어머니, 양공주 여동생 명숙, 산고 끝에 죽어버린 아내, 강도 혐의로 구속된 남동생 영호의 사이에서 가장으로서 부담을 갖는 철호가 나온다. 철호는 양쪽 어금니의 충치를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고통을 곱씹으며 버텨낸다. 그러나 결국 두 개의 어금니를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뽑아낸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갈 곳을 모른 상태로 혼란스러움 끝에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위의 사람들은 사회가 만든 낙오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이후의 사회는 몇몇의 지식인들만이 이끌 수 있고 힘없는 사람들은 내려놓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지식인(의사)의 의견에 대립하여 사회적 약자(철호)는 끝까지 의견을 고집하다가 힘없이 쓰러진다. 작품에서의 이 장면은 현실에선 전쟁 후 빈부의 차이로 사회적 약자는 세상 한켠에 나뒹굴어져 있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참혹한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대한민국. 20세기 중반인 작품의 사회에 비하면 약자와 강자의 차이도 줄었다. 뿐만 아니라 MBC의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극 중 ‘항의 황’이란 캐릭터가 나올 만큼 일반 사회인들의 의견도 무게감을 더해가는 상황이다.
‘오발탄’ 속 영호가 총을 쏘지 못한 이유는 ‘법률선’은 넘었지만 ‘인정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도 문제를 직시하고, 옹호하려 들지 않는 양심은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다. 사회 속에 남은 한줄기의 희망이 있다면 인정선 만큼은 넘지 않은 양심일 것이다. ‘오발탄’, 말 그대로 방향을 잘못 잡고 쏘아진 총알이다. 사회가 공공을 위해 쏜 총알. 지금도 어디론가로 겨누고 있을 총구에서 떠나려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또 손을 떠나 날아가고 있는 총알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국민이란 내비게이션이 있지 않은가. 총알의 방향이 옳든 틀리든 간에 진정 사회와 국민을 위한 총알인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수학에도 검산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김웅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중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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