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엔 못가도 마음만은 뿌듯

밀려드는 해외 주문에 남품일정 빠듯

직원들 연휴 자진반납… 7명만 고향길

“고향엔 못 가도 마음만은 뿌듯”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때 같이 화합해야죠.”

 

60년 만에 찾아온 호랑이, 백호의 해라며 떠들썩했던 새해 첫날이 어느 덧 잊혀져 갈 무렵, 음력 새해 첫날인 고유의 명절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다시금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비록 사흘간의 짧은 여정이지만 고향을 방문하고 가족들을 만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13시간, 14시간의 교통대란도 피곤하지 않을 터.

 

반면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아 속속 떠나는 것과 달리 묵묵히 산업현장에서 남아야 하는 근로자들도 있다.

 

근·골격계 의료용 마사지기를 생산, 수출하는 광주시 목현동 영일엠㈜ 직원들 대부분은 고향을 뒤로 한 채 공장에서 설 연휴를 맞는다.

 

내수산업의 불황으로 최근 5년새 해외마케팅에 나선 것이 주효하면서 지난 달 초부터 주문물량이 폭주, 주말 특근에 야근까지 나섰지만 결국 설 연휴도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 공장을 가동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11일 오후 방문한 영일엠㈜ 광주 목현동 공장.

 

불만과 불평에 온갖 인상을 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원들은 오히려 미소를 띄우는 등 공장 내부는 즐거움이 엿보였다.

 

작업도 핵심 부품인 모터의 성능 시험부터 시작해 완성품 조립단계, 포장까지 삼박자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물리고 있었다.

 

30여 분 정도 흘렀을까.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직원들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연휴에 근무하는데 불만은 없는가’, ‘고향에 가는 분들도 있다는데 기분은 어떤가’, ‘강제적으로 출근하는 것은 아닌가’ 등등.

 

하지만 직원들은 ‘강제성도’, ‘누가 지시한 것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며 손사레를 쳤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과 납품기일 일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연휴를 반납한 것이다.

 

설 연휴 부득이 고향을 방문해야 하는 직원을 별도로 뽑은 결과 영일엠㈜ 직원 35명 가운데 7명만이 고향을 방문하게 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고향을 방문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간 위화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서로 격려해주고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정감이 갔다.

 

공장내에서 유일한 홍일점인 최선숙씨(45·여)는 “고향에 가는 기분이야 말로 최고 아니겠느냐”면서도 “올해는 꼭 가야 하는 사정이 있어 손을 들었지만 혼자만 가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반면 공장에 남기로 한 5년 차 김민태 조장(42)은 “올 초에 유독 주문량이 늘어난데다 납품 일정도 빠듯해 직원들끼리 서로 합의하에 연휴를 반납한 것”이라며 “괜히 우리 때문에 고향으로 향하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직원들의 이 같은 성원(?)에 문경록 대표는 설 당일 하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쉴 것과 설 상여금도 두둑히 담아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문 대표는 “우리 직원들은 경력이 대부분 오래된 분들인데다 희생정신이 강한 분들이 많다”며 “평소에도 가족같이 지내왔고 서로 우애가 깊었는데, 대표 입장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느냐.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임명수기자 lm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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