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

용인 양지면에서는 지난 3일 관내 1만7천여m²의 휴경지에 우리 밀을 파종했다.

지난 6월에 양지면장을 맡으면서 뭔가 다른 양지면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마음먹었었다.

 

생각해낸 것이 관광농업이었다. 양지톨게이트, 42번 도로, 영동고속도로가 경유하는 만큼 유동인구도 많고, 인근의 골프장 등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자극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관광지를 만들고자 하는 일념으로 관광농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늦여름에 처음으로 시험 삼아 한 것이 주북리 휴경지 6천600여m²에 파종했던 메밀이었다. 초가을에 피었던 하얀 메밀꽃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섯 말의 메밀을 뿌려 40㎏짜리 열두 포대의 수확을 하여, 기대치만큼의 수확은 안 됐지만, 무모한 시도에 대한 대가치고는 괜찮은 결과였다.

 

이번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우리 밀을 파종했는데, 트랙터와 파종기 두 대로 한나절에 끝냈다. 그냥 묵은 밭에 파종기로 밀씨를 살포하고, 뒤에서 트랙터가 씨를 덮으며 두럭을 만들다 보니, 인력으로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확물을 불우이웃돕기 등 좋은 일에 사용한다 하니 기꺼이 무료로 봉사해 주신 모현면의 박승시 부자께 감사를 표한다. 또한 메밀파종부터 밀 파종까지 휴경지 알선 등 면사무소 일에 적극 도와주신 최학동 이장협의회 총무님과 궂은 일임에도 묵묵히 시원하게 처리해 준 조성오 주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내년 봄 주북리 일대는 박승시씨의 청초용 보리와 양지면에서 파종한 우리 밀 3만3천여m가 오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향수를 자아낼 것이다. 생산성만을 생각한다면 기대만 못하겠지만, 오가는 사람들에게 낭만이 어우러지던 옛 추억과 함께 또 다른 관광 상품으로써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밀 껌을 씹으며, 보리피리 불고, 여름이면 보릿짚으로 여치 집을 만들어 창가에 걸어두고 여치울음을 친구하던, 어릴 적 고향의 정경이 새삼 그리워진다. /강구인 용인시 양지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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