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국 저지, 학부모 서명 받아라”

경기도의 교육국 설치 저지를 위해 ‘200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선언한 도교육청이 일선 지역교육청과 교장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서명을 받도록하자 일산 학교장들이 사실상 강압적 서명의 구태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도교육청은 실·국장급과 본청 과장급에게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에 개별적으로 로비를 지시하는 등 전 행정력을 도청의 교육국 설치 저지에 나서면서 무리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도교육청과 도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김상곤 도교육감이 전 교육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00시간 근무체제’를 선언, 사실상 선전 포고에 가까운 대응에 나서기로 하고 김원찬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20여명의 대책반을 구성한데 이어 일선 지역교육청은 교육장의 책임하에 대책반을 편성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국 설치가 기정 사실화 돼 있는 상황에서 당면한 현안 사업을 뒤로 한 채 본청의 핵심 부서들을 무리하게 대책반으로 편성하고 간부들을 로비 활동에 전담토록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일선 지역교육청에서는 교육국 설치와 관련해 도와 교육청이 대립각을 세우며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경기교육 가족의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교육감 자신의 내년 선거를 겨냥한 사전 포섭의 성격이 강하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A교육청은 다음주 예정돼 있던 교장단 회의를 8일 앞당겨 소집해 학교별 서명운동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으며, 다른 B교육청도 9일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교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일선 지역교육청들이 잇따라 긴급 교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나온 교육계 인사와 교장들은 “서명을 받을 수도 안받을 수도 없는 상태에서 부담만 안겨주는 강압적 지시로 느껴진다”며 “교육국 설치 문제를 교육감이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학부모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C교장(61)은 “기본적으로 교육국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단체가 아닌 교육자들이 나서 서명을 벌이고 농성까지 가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도교육청은 본청 실·국장급들에게 여론 조성을 통한 도의회 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야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개별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도록 했으며, 본청 과장급 간부들에게는 도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활동을 펼치도록 해 일부 의원들의 반감을 자초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 교육국 설치는 지방교육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경기교육 가족 전체의 역량을 한데 모아 강력 대응 하는 것”이라며 “이번 일로 현안 사업에 대한 차질은 없을 것이며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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