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성산초교>
자신의 인권이 소중하다는 관점에서 시작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기본을 배우는 학교가 있다.
오산 성산초교(교장 김광순)는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대화로 풀어가면서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학생이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법이 없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에 의해 경기도교육청 지정 인권교육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성산초는 경제력, 피부색, 외모, 성별에 의한 차별을 버리고 인간의 권리를 진정으로 누릴 수 있도록 열띤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13학급에 전교생 350명의 소규모 학교이지만 학생과 교사 등 교육공동체가 서로 ‘소통’하는 ‘쌍방향 교육’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성산초에서는 교사의 학생들에 대한 일방적인 소지품 검사가 인권 침해의 요소가 있다는 쟁점이 야기되면서 장장 6주간에 걸쳐 열띤 논쟁이 펼쳐진 바 있다.
지난해 10월13일 교내에서 불장난이 일어났다는 제보를 듣고 교사들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라이터와 담배 등이 발견돼 긴급 교직원 회의가 소집됐다.
일부 교사들은 “흡연 학생 확인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지품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또다른 교사들은 “학생들의 소지품을 일방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반대하면서 찬반논쟁이 일어났다.
결국 교사들은 학생회의와 학부모 의견 수렴 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소지품 검사에 대한 안건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이같은 논의는 6주간에 걸쳐 벌어졌고, 5차례의 회의를 통해 의견 차를 조금씩 좁혀나간 뒤 최종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인권을 침해 받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 안건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찬반 논리로 양분됐지만 ‘안전 생활과 소지품 검사’를 주제로 논의를 벌인 뒤 서로의 상이한 의견을 좁히고 학생, 교사와 학교운영위원회 교육공동체가 모두 참여한 찬반 투표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최정순 연구부장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자발적으로 내세우고 학교 운영에 동참하면서 피교육생이 아닌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산초는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경험들을 새롭게 제기되는 인권 문제들에 대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여러 활동 과정에 있어 사전 지식과 새로운 지식 사이에 발생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이 한국아동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아동총회에 참가해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우리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는가 하면 국가인권위원회 방문을 통해 인권의 발전과정, 세계인권선언, 다문화 이해 교육, 인권자료실 견학 등의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토요방송’에선 자신의 인권에 대한 생각을 릴레이로 발표하는 인권주장릴레이와 함께 인권관련 도서를 읽고 감상을 발표하는 인권독서릴레이, 세계인권선언문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주제로한 인권노래부르기, 인권나눔벼룩시장, 사랑의 동전모으기 등의 인권체험활동을 통해 인권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또한 ‘친구사랑의 날’과 ‘학교 폭력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친구와의 친밀감을 도모하고 소통하는 학교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광순 교장은 “학생들은 물론 교사, 학부모들도 인권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권교육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소통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올바로 내세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세를 몸에 익히는 것이 인권존중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소통학교는 ‘왕따’도 없고 교사의 일방적인 체벌도 없습니다.”
성산초교는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행위가 일어나면 어김없이 학급 어린이회를 통해 해당 학생에 대한 처벌 여부와 벌칙 수위까지 결정한다.
최근 5학년 한 학급에서 C학생이 D학생을 지나치게 괴롭힌다는 이유로 급우들간 사소한 다툼이 벌어졌다.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종이에 쓰게 한뒤 서로 바꿔 읽어보게 하고 상대방의 상황에서 사건을 전개하도록 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C학생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나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때는 신중히 생각하고 남을 먼저 배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급마다 차이는 있지만 학생간 다툼이 벌어지거나 문제 행동이 발생하면 ‘생각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되는지 말하도록 한 후 어린이회의에서 결정된 벌칙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결국 학생 스스로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뒤 학부모에게 인권통신문을 보내 학생의 문제를 알리고 가족회의까지 열어 그 결과를 다시 학교에 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등 학교와 가정이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전교어린이회 장원상 회장은 “친구들과의 문제나 학교나 선생님들에 대한 불만 사항을 토론을 통해 건의하고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모두 대화로 해결, 우리학교에서 ‘왕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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