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는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이른바 ‘다운계약서’ 작성이 “부동산 거래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국세청도 “2006년 이전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위법이 아니”라는 친절한 해명을 곁들이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닌 서비스 기관”이라던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놀라운(?) 개혁적 발상과 짝이 잘 맞아 돌아가는 멋진 팀플레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해명은 2004년에 국세청 스스로가 발간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허위계약서 작성을 탈세로 규정했던 것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서비스 기관이라는 백용호 후보자의 발언 역시 최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국세청의 무서운 활약상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뭐 사실 아귀가 좀 맞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립’ 서비스일 뿐이고, 이러한 립 서비스 역시 ‘그들’의 관행일 뿐이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의 이른바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행이 있다. 이른바 위장전입이다. 때로는 자녀 교육을 위한 동기에서, 때로는 투기(좀더 고상하게는 재테크)를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 이것 역시 분명히 ‘관행’이었다. 못하면, 아니 안하면 바보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그랬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도 그랬단다. 관행이란다.
그런데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멀지 않은 과거 속에는 또 하나의 관행이 있다. 그것은 이 ‘관행’들을 다루어 온 공직인사 상의 또 다른 관행이었다. 2002년 7월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고, 바로 뒤 이어 장대환 전 국무총리서리도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다. 당시 이명박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동기야 어떻든 안 살면서 주민등록만 가 있는 것을 위장전입이라고 한다”고 원칙론을 내세웠고, 당시 한나라당 원내수석대표였던 이병석 의원은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자꾸 개인적 정황을…얘기하는 것은 공직후보자 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엄정한 기준을 들이댄 바 있다.
2005년 4월에는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향해 “3차례나 위장 전입을 해서 법을 어겼는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되지 않겠나? 위장전입을 했지만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가수 김상혁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다’와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한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의 질타가 인구에 회자된 바 있고, 같은 해 3월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같은 이유로 낙마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강동석 전 장관이나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 역시 위장전입 논란이 핵심이었다. 적어도 2007년 한나라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위장전입 문제를 자녀에 대한 교육열의 결과로 포장하여 감싸기 전까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공직자들의 위장 전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관행으로 지켜졌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한나라당에는 위장 전입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정도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새로운 관행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바뀌는 것도 또 다른 관행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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