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5대 국립극장이 있다. 약 3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메디 프랑세즈’, 유럽 차원의 공동제작임무를 수행하는 ‘오데옹극장’(일명 유럽극장), 20세기 극작가의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꼴린느극장’, 현대극과 무용을 공연하는 ‘샤이오극장’, 연극학교를 부설·운영하고 있는 ‘스트라스부르크극장’이 그들이다. 스트라스부르크에 소재하는 ‘스트라스부르크극장’이외의 4개 극장은 모두 파리에 있다. 5대 국립극장 이외에 오페라 드 파리, 바스티유극장, 국립무용원과 같은 세계적 명성의 공연장들도 파리에 소재한다. 이들은 법인형태의 독립성과 자율성,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존중받고 있다.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근직원은 400명에 이른다. 기술스탭 200명, 의상제작 40명, 무대장식 25명 등을 포함한 인원이다. 900석의 대극장과 300석의 소극장, 130석의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연간 400회 정도 공연하며, 객석 점유율은 80% 내외다. 무료관객은 5%이내이며 관광객이 10%, 프랑스 지방 관객이 30%를 차지한다. 총 예산 약 2억 프랑(2003, 약 490억원)으로 그 중 80%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 받는다. 입장료는 민간극장의 반값 수준이다. 꼴린느 극장은 750석의 대극장, 200석의 소극장을 갖추고 있다. 연간 350여회 공연하고, 직원수는 100명 내외이다. 같은 규모의 독일 극장과 비교 할 때 직원 수가 매우 적은 편이라고 극장측은 설명한다. 재정은 100% 국고에서 지원한다. 코메디 프랑세즈 등 국립극장과 오페라 드 파리의 재정상태를 한국식 재정자립도로 계산하면 대략 20% 정도이다. 다른 국립극장들도 대체로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랑스에서는 왜 이런일이 가능할까. 우리 같으면 방만한 경영 부실에 대해 비난의 포화가 집중 될 상황이 아닌가.
드골 대통령에 의해 문화부장관에 임명 돼 10년간 장관직을 수행한 ‘앙드레 말로’는 지나친 문화예술의 중앙 집중을 해소하고 프랑스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에 걸쳐 대규모의 문화의 전당을 건립하고, 각종 국립·시립·사설 공연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앙드레 말로’의 문화예술 정책의 핵심은 위대한 프랑스 문화예술의 수월성과 명성, 그리고 영광을 전 국민이 공유토록 하는 것이었다. 이후 미테랑 사회당 정부의 문화부장관으로 ‘쟈크 랑’이 임명된다. ‘앙드레 말로’ 정책의 시행착오에 대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쟈크 랑’은 ‘앙드레 말로’의 정책을 부정하는 대신, 그의 업적을 토대로 삼아 프랑스 문화예술의 수월성을 한 차원 높게 국민 생활 속으로 확산 시켰다.
현재 프랑스에는 70여개의 국립무대(센느나쇼날), 전액 국고 지원의 17개 오페라하우스와 수 많은 여타 공연장 등 문화예술 선진국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쟈크 랑’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의 대중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예술의 수월성’을 문화산업과도 접목했다. 진보적 정책을 추진한 ‘쟈크 랑’은 5대 국립극장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이들 5대극장의 전통과 권위를 보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문화대국 프랑스의 상징이며, 프랑스만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인 이들 극장은 프랑스의 국가적 자산인 때문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극장이 아니라 위대한 공연예술의 산실이자 보고인 때문이었다. 예술적 수월성의 산실인 공연장의 명성과 전통은 가꾸는 자에 달려 있음을 프랑스 사례에서 확인한다. 나폴레옹은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패전해 쫒기는 와중에 ‘코메디 프랑세즈는 독립기관이 된다’는 칙령을 반포했다. 우리의 국공립 공연장을 국가적 자산으로 후손에게 물려주느냐의 여부는 공연장을 소중하게 아끼는 지도적 공직자와 시민의 자세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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