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 되자 패자인 매케인 후보는 선거운동기간의 치열한 비난과 공격을 깨끗이 끝내고 모든 국민이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합 할 것을 호소했다. 매케인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보여준 정책 노선은 오바마의 노선과 다른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이 확정된 이후 매케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유민주주의란 대의정치의 이념과 다수결의 원칙 위에 서 있다. 미국인들은 이같은 민주주의 원칙을 굳건히 지켜내지 못할 때 수습하기 어려운 갈등과 혼란이 온다는 사실을 200여년에 걸친 민주주의 학습을 통해 체질화 하고 있다.
민주주의 학습과정에서 이들이 터득한 가장 두드러진 가치는 주체적 판단과 자유의지에 입각한 건강한 개인주의의 수준 높은 도덕성이다. 주체적 판단과 자유의지는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적대시 하거나 투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의 과정을 중시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투영될 진실을 알리려 노력한다. 법과 질서가 정한 절차와 과정에 따라 사회적 책임과 약속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것은 정치인에서 지식인과 일반인에 이르기 까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해당하는 민주주의 덕목이다. 법과 질서가 정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물리적 폭력이나 반지성적이고 비열한 세뇌와 선동을 일삼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공공의 적으로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곧 법치주의와 동의어로 이해된다.
최근 타임 잡지는 아시아 민주주의가 왜 실패하고 있는가 하는 요지의 커버스토리 가운데서 한국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다루었다. 망치와 전기톱이 난무한 폭력국회의 어지러운 난장판은 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족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유일한 성공사례의 주인공, 한국 국민은 참으로 큰 자괴심을 감당해야 했다. 한국기업의 상품 광고판이 세계 중심부 대도시를 뒤덮고 있는 세계 12위권의 경제 대국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먹칠을 당하고 말았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 하는데 게으름을 피운다고 호통 치던 바로 그 정치인들이 그나마 아시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그동안 쌓아 올린 소중한 이미지를 스스로 허물어 버렸으니 할 말이 없다.
타임기사 중 일부를 인용해 보자. “한국에서 조사자의 2/3 가까운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정직한 지도자는 법에 위배 된다 할지라도 원하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행사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여기서 언급된 도덕성을 문맥으로 짐작컨대, 정치인의 도덕성은 법 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소위 정치적 명분 혹은 정치적 정의감에 투철한 정치인은 법과 질서를 무력화 하는 무슨 짓을 해도 용납 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단적인 예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검찰의 소환을 코웃음 치며 무시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들을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국민과 유권자들이 공존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 수준을 타임지 기사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 자유평등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도덕성이 집단폭력과 떼거리 욕설의 진흙탕 속에서 유린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 할 것인가. 주체적 판단과 자유의지의 건강한 개인주의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우는 범국민적 자각운동을 점화할 때다. 한국 민주주의의 자존심을 폭력과 욕설로 훼손하는 몰개성의 패거리 정치와 떼 법의 무리를 몰아내는데 힘을 모으자.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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