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모 없는 오토바이 운행 ‘자살행위’

일선에서 오토바이로 인한 사망사고를 많이 처리하는데 무엇보다 오토바이 이용자의 만성적인 안전 불감증은 둘째치더라도, 오토바이의 치명적인 기계적 결함과 위험성을 모르고 오토바이를 즐기는 것 같아 마치 폭탄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어리석음을 보는 듯 하다. 자동차의 물리적, 공학적인 설명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오토바이는 충격을 바로 느끼고 그 엄청난 충격은 바로 치명적인 육체적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벨트도 없는 오토바이에서 안전모는 그 만큼 목숨을 담보하는 최후의 안전수단임은 계속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안전모를 쓴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에서도 산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으며 간혹 산 사람도 거의 식물인간으로 사는 이유이기도 할진대 안전모 없이 벌어진 사고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초스피드를 즐기고 유행만을 쫓는 우리의 오토바이 문화는 안전보다는 멋 만을 강조하며 청소년 사이에 오토바이는 우상이요, 상징이며 배달의 세계에서는 곡예운전과 시간기록이 화려한 운전경력인양 과시되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 안전모는 그 안전기준에서도 머리로 오는 충격을 완충하면서 머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함에도 단속만을 피하기 위한 바가지 형태의 안전모, 젊은이 사이에 유행처럼 퍼진 독일군 철모같은 안전모는 이미 안전에 있어서 함량미달이며 그 만큼 치명적 손상을 예고하며, 단속만을 피하려고 싣고 다니는 안전모도 남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자기 운전실력만 과신한다면 사고가 나지 않는 법은 없다. 무릇 사고는 가해자도 될 수 있는 개연성은 항시 있다. 시속 15내지 20킬로의 속도만으로 충돌해도 우리 인체는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는다는 연구도 있다. 하물며 시속 80킬로는 저속이라며 시속 100킬로 이상을 마치 훈장처럼 자랑하는 이들의 앞날이 어쩐지 암울해 보이는 건 왜일까?

속된 말로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목숨이 오가는 일에 모르고 후회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감수해야할 순전히 그만의 몫이지만 말이다.

/지영석 가평경찰서 교통조사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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