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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생각해보면 어려서는 부모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하여 재롱을 떨다가, 20대 청년이 되면 혼인하고 가정을 꾸려 거느린 식구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귀여운 자식들을 거느리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하여 어깨가 휘어진다. 그래도 참고 견디다 40대 장년이 되면 휴우, 한 숨을 내쉬면서 장성한 자식들을 쳐다보며 행복을 맛본다. 그러다 60대 노년기에 접어들면 자신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노후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에서 앞으로 살아갈 날을 걱정하는 게 대부분인 사람들이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하면 남 신세 안지면서 노후를 품격있게 보낼까 궁리하는 것은 준비없이 살아온 사람들을 도달점이다. 준비없는 노년과 장수는 축복이 아니란 생각이다.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가 노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 때문에 인간은 절정의 노년을 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행복해지고 싶은 게 인생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행복하게 잘 살고자하는 사람은 노력하고 투자하여야 한다.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2008년 8월8일~14일)을 구경갔을 때, 단체로 어울려 이화원에 갔다. 서태후가 거닐었다는 장랑을 걸어 석방까지 가는 사이 틈틈이 호수를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온 나날들을 생각했다. 35도가 넘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나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간간이 땀을 식혀주었다.
남들보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으나 별로 해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눌러왔다. 그래도 나 스스로는 열심히 살아왔는데 고작 이뿐인가란 생각도 났다. 반성과 성찰, 회의를 하면서도 올림픽을 구경하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화려한 대열에 끼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나는 평소에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 올 때, 그리고 길거리나 전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받을 때, 또 남에게서 친절한 조언을 받을 때 무척 행복하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그들은 나를 알아보고 예우를 해주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내가 만약 품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그들이 나에게 그런 대접을 했을까? 나는 이 대목에서 남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꼭 있을 자리에 있고 할 말은 어떤 경우에라도 해야 하며 남에게 수빠지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그리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슴 속을 꽉 채운다. 행동거지가 반듯하고 인격을 갖춘 삶만이 나를 제자리에 있게 할 것이다.
이화원을 함께 구경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사이로 간간이 들리는 매미소리, 그리고 물가에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곧 가을이 올 것이란 예고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무더운 베이징의 더위라지만 곧 서늘한 가을이 올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삶의 근본이라면 나는 이것들을 꼭 지켜야 한다. 나를 만나면 인사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전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들, 나에게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이런 대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인생을 잘 살아온 노년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요, 영향력이다.
행동이 반듯하지 못하고 말씨가 흐트러졌다면, 그리고 생각이 바르지 못했다면 누가 존경하고 대접하겠는가. 계단을 오르듯 하나하나 차분히 오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삶은 품격있고 규칙적이다.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삶, 반성과 성찰로 가득 찬 삶이야말로 노년에게 희망을 준다. 늙어갈수록 잘 익은 열매를 따야한다. 그러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자신을 위하여 투자하는 삶을 설계해야 한다. /성기조 시인·한국문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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