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참여의 기치를 앞세운 노무현 정부에 의해 탄생한 수많은 준 정부기관 성격의 위원회 중의 하나이다. 본래 독임제로 1973년 문화예술진흥법에 의해 설립된 문화예술진흥원을 해산하고 합의제 위원회 기관으로 전환된 사례이다. 노무현 정부의 특성인 전투적 추진력으로 코드인사를 단행하고, 문화예술위원회 전환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한 바 있다.
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예술위원회로의 전환은 문화예술 현장 중심의 민간 자율과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구시대적 정부 산하기관의 위상을 청산하고, 수요자가 주인이 되는 민간 자율적 정책의제 설정 및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다는 의미로 설명되었다. 당시 위원회 전환과정에서의 두드러진 논점은 과거 문화예술진흥원의 예술지원정책을 수구적 행정편의주의와 보수적 기득권에 편향돼 있는 나눠먹기식의 시혜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전문성 있는 다양한 예술인의 민주적 참여를 끌어내는 한편 참여정부의 문화비전을 구현하는 예술지원정책 수립 및 집행기구로의 전환이 강조된 점이었다. 이것은 곧 위원회 전환의 정당성으로 미화되고 향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위원회 존립의 기본 전제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8월 25일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제2기 문화예술위원회 운영개선 방안을 위한 토론회와 그보다 앞서 7월 11일에 열린 제1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발표된 발제와 토론을 보면 위원회 전환 당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이명박 정부의 예술지원정책이 논의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두 차례의 토론회는 이명박 정부 예술지원정책의 가닥을 잡고 향후 정부의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현실 인식과 비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특히 새 정부가 제시한 예술지원정책의 가이드라인인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간접지원’, ‘생활 속의 예술사업 확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그런데 새 정부의 예술지원정책과 관련한 꿈과 희망, 철학과 비전, 시급한 당면 현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없음이 유감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은 우리의 현대사를 떼어 놓고 이해 할 수 없다.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 제정과 문화예술진흥기금 설치, 그리고 1973년 문화예술진흥원의 설립은 독재 권력의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기까지 30여년에 걸쳐 척박하고 가난한 예술현장에 보슬비라도 뿌려, 근대화와 민주화를 향한 국민적 자신감을 키우고 예술나무가 뿌리 내릴 수 있게 한 문예중흥정책마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이같은 우리나라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역사인식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부정의 인식이 아니라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을 이끌어낼 긍정의 인식을 확대 재생산하는 문화예술환경 조성이 문화예술위원회의 존재이유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존재이유를 국민 앞에 천명하고 구체적 정책을 제시해야한다. 인적혁신, 구조개편, 사업혁신, 국가차원의 예술지원기금 확충을 위한 획기적 조치를 기대한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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